'도박 게이트'까지 터진 英보수당..."현직 총리 낙선 첫 사례될 듯"

백일현 2024. 6. 2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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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영국 요크에서 열린 'BBC 질문 시간 리더스' 특집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음 달 4일 치러지는 영국 총선을 2주 앞두고 집권 보수당이 ‘도박 게이트’에 휩싸였다. 저조한 지지율 탓에 보수당의 참패가 예상되는 가운데 리시 수낵 총리마저 지역구에서 패배해 영국 사상 처음으로 현직 총리가 선거에서 의석을 잃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규제 당국인 도박위원회는 총선 날짜와 관련한 도박 혐의로 보수당 선거운동 책임자인 토니 리와, 그의 아내이자 브리스톨 노스웨스트 지역구의 보수당 후보인 로라 손더스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에선 총선이 가을에 치러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수낵 총리는 7월 총선을 5월 22일 깜짝 발표했고, 일부 보수당 인사들은 이러한 발표 전 7월에 총선이 있다는 데 돈을 걸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현행 도박법에 따르면 부당 이익을 얻기 위해 기밀 정보를 이용해 베팅하는 것은 형사 범죄가 될 수 있다.

수낵의 보좌관 출신으로 몽고메리셔 글린더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크레이그 윌리엄스도 총선일 발표 사흘 전 온라인 베팅 사이트에서 총선이 7월이라는 데 100파운드(약 17만5000원)를 걸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원은 아니나 수낵 총리의 경호팀 소속 경찰 1명도 총선일을 두고 돈을 건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수당은 더 많은 소속 인사들이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당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당이 자유낙하 중”이라고 토로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도박 의혹을 받는 보수당 후보들의 자격을 박탈하라고 공세를 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리시 수낵이 아직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며 “우리 당 후보였다면 이미 퇴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당은 규제 당국의 조사가 끝나기 전에 내부 징계 조치를 시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일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블랙풀 크리켓 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수낵의 ‘이너서클’이 총선일 놓고 논쟁 벌여”


이런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이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을 얻을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날 일간 텔레그래프는 여론조사기관 사반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보수당 하원 의석이 365석(2019년 총선)에서 53석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됐다고 보도했다. 수낵 총리, 제레미 헌트 재무부 장관, 제임스 클레벌리 내무 장관도 낙선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노동당은 전체 650석 중 516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스카이뉴스가 유고브에 의뢰한 조사에선 노동당 425석, 보수당 108석으로 예상됐다.

20일 나이절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가 잉글랜드 블랙풀 암필드 클럽에서 유로 2024 축구 경기 생방송을 관람하는 이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19일 발표된 텔레그래프 여론조사(6월 7~18일 1만8000명 조사)에서 개혁당은 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텔레그래프는 여론조사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 패라지가 개혁당 대표가 됐고 최근 당의 급속한 변화를 고려할 때 이후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AFP=연합뉴스


이처럼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고전하는 주된 이유로는 침체일로인 경제가 꼽힌다. FT는 “세금 부담은 7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고, 부채는 GDP의 90%에 달하는데 늘어나고 있으며, 공공 서비스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며 “보수당은 지난 14년간 집권하며 초기엔 정부를 온건하게 이끌었으나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8년간 정치적, 경제적 혼란을 겪게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수낵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20% 가까이 뒤쳐져 있었음에도 7월 총선을 전격 발표한 이유도 경제였다. FT에 따르면 수낵은 여러 주 동안 총선일을 두고 고민했고, 수낵의 ‘이너 서클’은 여름 총선과 가을 총선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헌트 재무장관이 “공공 재정이 추가 감세를 견딜 수 없어 가을까지 기다려도 경제가 활력을 얻기 어렵다”고 한 게 총선일 결정에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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