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스토리]안부수 판결과 이화영 판결이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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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법원에 출석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기자들이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조작하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던 이유다.
그가 말한 '동일한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북한에 800만달러를 송금한 대북송금 사건이고,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란 수원지법의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사건 재판부와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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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상 목적과 방북비용 대납 상호 모순 아냐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해서 상반된 결론이 났는데도, 왜 이런 점에 대해서 우리 언론들은 한 번 지적도 하지 않습니까?"
지난 14일 법원에 출석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기자들이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조작하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던 이유다.
그가 말한 '동일한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북한에 800만달러를 송금한 대북송금 사건이고,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란 수원지법의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사건 재판부와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다.
이 대표의 불만은 앞서 안부수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김성태의 대북송금이 '쌍방울의 대북사업 우선권 확보나 계열사 주가 부양'을 위한 것으로 판단했는데, 왜 이화영 사건 재판부는 같은 행위를 놓고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비용 대납'이라고 보는 것이냐는 것과 왜 이런 상반된 결론에 대해 언론이 침묵하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이 대표의 주장은 언뜻 듣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먼저 사건의 흐름과 시점별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우선 안부수의 1심 선고가 난 게 지난해 5월인데, 기소는 그보다 훨씬 전인 2022년 11월에 이뤄졌다. 김성태가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압송된 게 지난해 1월이니 검찰이 안부수를 기소할 당시는 쌍방울 대북송금의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기 전이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기초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법원의 판결이 뒤에 기소된 이화영 판결과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국내 송환 직후 혐의를 부인하던 김성태가 경기도 혹은 이 대표를 위한 이화영과의 암묵적 거래, 대북송금의 숨은 이면을 털어놓기 이전에 기소된 안부수의 판결문에 기재된 내용과 이화영의 판결문에 기재된 내용이 다른 게 문제라고 주장하는 건, 마치 아직 상선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약 공급책이나 중간간부를 기소해 유죄 판결이 났는데, 나중에 잡힌 상선이 나는 그 판결문에 등장하지 않으니까 나는 무죄 아니냐고 따지는 것과 매한가지다. 이 대표가 늘 얘기하는 소설로 치면 20권짜리 장편 소설의 1권에 등장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주인공이 될 수 있냐는 얘기를 하는 셈이다.
나아가 김성태가 대북사업에 대한 우선적 참여 기회를 획득해 대북관련 계열사의 주가를 띄우고 싶어 했다는 사실과 김성태가 북에 전달한 돈이 경기도나 이 대표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즉 흑과 백처럼 어느 한쪽이 인정되면 다른 한쪽은 도저히 인정될 수 없는 관계가 아니라, 법원의 판단처럼 이화영으로부터 비용 대납을 부탁받고 실제 북한에 달러를 보낸 김성태가 애초 대북사업을 통한 주가 부양을 희망해왔고, 두 차례에 걸친 대북송금을 그 기회로 생각했다고 보는 것이 부자연스러울 게 없다는 얘기다.
이화영 사건 재판부 역시 '이 대표의 방북비용 대납' 목적을 인정할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김성태 입장에서는 이화영으로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사정을 보고받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므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을 대납하고 도지사와 함께 방북을 하거나, 설령 함께 방북하는 것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그로 인하여 경기도지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향후 자신의 대북사업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김성태에게는 이화영의 요청에 따라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을 대납할 유인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라며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김성태와 방용철(전 쌍방울 그룹 부회장)의 각 진술은 법정에서 수차례 반복된 신문을 받았음에도 대체로 일관되고,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며, 상호 부합한다"라며 "그 진술 자체 또는 전제사실·인정사실을 비롯해 객관적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쌍방울 대북송금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단이 나온 이후 민주당은 '김성태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위증을 안부수에게 교사했다'며 두 사람을 경찰에 고발했고,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등 이 대표 방어를 위한 무리수를 두고 있지만, "이화영에 대한 유죄 판결은 향후 이재명에 대한 유죄를 추정하는 유력한 재판 문서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화영 변호인의 말처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더이상 리스크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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