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노년의 현우 박성만 "오늘을 열심히 살고 싶어"
[한예림 기자]
▲ 시니어 배우 박성만 인터뷰 중인 모습 |
ⓒ 한예림 |
최근 드라마 <눈물의 여왕> 김수현 노년 역을 맡아 주목을 받은 시니어 배우 박성만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니어 배우 박성만은 은퇴하기 전의 삶과 꿈을 찾아 도전하고 있는 현재의 삶을 들려주었다.
대한민국의 직장인으로 30여 년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직장을 다니는 세월 속에서도 배우, 모델의 꿈을 잃지 않고 있었다. 직장 생활하는 동안 꾸준히 관심을 쏟고 있었고 배우기 위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년퇴직을 한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꿈에 대한 도전을 시도했다.
- 젊었을 때부터 연출과 연기 등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하셨는데 그럼에도 젊은 나이에 현대자동차에 입사하시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 때는 내가 좋아서 직장을 갖는 게 흔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똑똑하고 창의적인 친구들이 많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기도 하지만 우리 때는 먹고 살기 급급했죠.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는 것에 인생 목표를 정하고 살았으니까요. 그 당시에도 연극영화과와 예술 쪽 과가 있었는데 집에서 반대를 했어요. 경제학과를 나왔는데 경제학과를 나와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그 당시는 삶의 목표는 첫 직장을 잡아서 자기 삶을 영위하는 게 가장 컸습니다. 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입사를 하게 되었죠."
- 직장생활 하면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직장 생활 하면서도 1년에 서너 번씩 번아웃이 왔어요. '내가 이 직장을 정말 좋아서 다니나?', '내가 진짜 원해서 다니는 것이 맞나?', '단지 내 삶의 경제적인 것과 가정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다니는 건가?'라는 고민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연출, 연기)을 선택하고 직장을 관둘까 하는 생각을 결혼하고 나서도 하게 되었죠.
그렇지만 잠시 후면 현실적으로 돌아와요. 집에 가면 아이들이 자는 모습을 보고 집사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직장을 관두고 나와서 처음부터 시작하면 현대자동차라는 대기업에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 없어지니까... 용기가 없었다고 봐야겠죠. 또 다른 용기가 필요했는데 가족 부양에 대한 용기에 더 치중했던 것 같아요. 중간에 무언가 결정을 내릴 때에는 월차나 반차를 써서 인천 앞바다에 가면 자유공원이 있어요. 그 공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1년에 서너 번 3달에 한 번 정도 결정할 것들이 있으면 그곳에 가서 생각을 정리했던 것 같아요."
- 은퇴를 할 때에 박탈감이나 상실감을 느꼈는지
"전혀.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제부터 내가 꾸려갈 세상이구나! 오히려 회사에 30년의 추억들을 묻어두었어요. 친구들을 보면 물론 그래요. 은퇴 후 계획 없이 그만둘 때에는 상실감이나 박탈감이 많이 찾아올 수 있어요. 하지만 미리 어떤 계획을 가지고 실천에 옮기고 있을 때에는 그런 것들이 홀가분하게 다가올 수 있죠. 물론 아쉬움은 있죠. 정들었던 회사이고 내 삶을 지탱해준 곳이고. 저도 골수 '현대맨'인데 회사 다니면서 혜택들도 많았으니까 지금도 우리 회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있죠. 그렇지만 퇴직 때에는 오히려 삶의 희망이 더 솟았던 것 같아요. 지금의 제가 더 해피해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그렇죠."
회사생활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으로 준비한 시니어 모델, 시니어 배우에 대한 여정을 들어보았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진심 어린 도전을 위해 그는 가족들에게도 먼저 말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렸다.
▲ 시니어 모델 사진 작업물 |
ⓒ 박성만 |
- 배우, 모델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2019년도 12월 말 정년퇴직을 하고 2020년도부터 시작했다고 보죠. 실제 준비 기간까지 생각하면 2019년도 말부터 시작했어요.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기 전에 기간을 두는데 그때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알아보는 시간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 은퇴를 준비하는 시간에 배우&모델 일을 구상하신 건지?
"그걸 얘기하자면 긴데, 젊었을 때부터 이런 쪽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감독이나 연출 쪽으로요. 1991년도인가 MBC 아카데미 1기가 처음 생겼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7시 반부터 10시까지 있는 수업을 들었어요. 회사 퇴근을 하고 바로 가서 수업을 듣는 걸 1년 동안 한 것 같아요. 평상시에도 생각을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퇴직하면 이런 일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퇴직 시기에 시니어 모델이 외부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했고 그럼 연출은 하지 못 하더라도 시니어 모델을 도전해 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쪽에 뜻을 두고 퇴직과 동시에 일을 벌리게 된 거죠. 가족들한테 말을 하지 않고 먼저 시작해버렸어요. 뭐든지 큰 일을 치룰 때는 집에다 얘기를 하면 무조건 반대를 하기 때문에(웃음)."
- 맨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모델 오디션을 본 것인지?
"그런 오디션도 몇 번 봤죠. 지금도 오디션을 1년에 서너 번 개최를 할 거예요.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를 1세대로 보는데 시니어 아카데미, 모델 쇼가 막 생기기 시작했어요. 모델 워킹도 하고 패션쇼도 하면서 시작을 했죠."
현재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시니어 배우 박성만이 가진 지향점은 무엇일지, 어떤 목표를 가졌을까.
- 패션모델에서 CF모델, CF모델에서 배우로 도전하게 되었는데, 배우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패션쇼에 대한 만족감이 크지 못해요. 시니어 모델 세계가 아직 확장이 덜 되어 있어서 만족감이 덜 하죠. 쇼에 서는 3~4분이면 마무리 되니까요. 패션쇼에서 모델로 시작했지만 차츰차츰 광고나 CF 연기를 하게 되는 거예요.
하나씩 광고가 들어오다가 대형 광고까지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버스 광고, 티비 광고, 해외 광고 등 많이 찍게 되었죠. 대통령 선거 홍보 광고, 국민연금, 기아자동차, LG, 삼성 갤럭시 핸드폰, 신한은행 등등 정말 많이 했어요. 드라마나 영화나, CF 등 모두 합치면 300편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앞으로 할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지금은 연기를 도전하고 있고요. 연기를 배우면서 하나하나 영역을 넓혀가며 도전 중이죠. 드라마는 10편 정도 한 것 같고요. 상업영화는 2편 정도 단편영화는 서너 편 정도 했어요. 웹드라마도 찍었어요."
- 배역 중에서 꼭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거나 연기자로서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다면?
"우리 시니어 배우들이 기존에 연기를 했던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일반 직장인들이나 사업했던 사람들이 퇴직을 해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현역) 배우분들의 영역, 연기를 따라가기에 부족한 부분들이 있죠. 하지만 2~3년을 배우더라도 어떤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이 연기를 붙여 놓으면 월등히 뛰어나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지만 우리가 맡을 수 있는 배역들 중 큰 배역들이 아직 없어요. 이미지 단역이나 대사 서너 마디 정도 되죠. 앞으로 더 필모그래피가 쌓여야 조연급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롤모델을 정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경력을 쌓아 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 들어요. 그래서 어떤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최소 조연급까지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에요. 사실 우리가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잖아요? 기껏 해야 15년, 20년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들이니까. 이 시기에 내가 건강하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좋은 배역을 만날 수 있겠죠.
그래도 우리나라 롤모델로 삼고 있는 분은 고 남궁원씨가 있습니다. 풍채도 좋고 외모도 준수하고 연기도 잘하시는 옛날 배우분이에요. 그분으로 롤모델을 삼고 있고요. 외국 롤모델로는 좋아하는 외국 배우분들이 많이 있어요. 패션 쪽에 관심이 많이 있었어요. 작은 소도시에서 옷에 관심이 많았는데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중고등학교 당시에 외국영화를 많이 봤어요. 배우들의 의상을 보고 하나하나 익혀두었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의 캐릭터 참고하여 패션 쪽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 그레고리 펙, 스티브 맥퀸 등등 많은 배우들의 의상들을 많이 보고 따라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연기, 모델 작업 등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배워가야 했지만 그 과정도 열정과 함께했다. 그 결과 박성만 배우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마주할 수 있었다.
"<눈물의 여왕> 인생 전환점 되었던 기회"
- 패션 모델이나 배우 일을 하기 전후의 마인드가 바뀐 점이 있는지.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사람이 고정된 생각만 갖고 있으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해요. 회사 다닐 때 회사 조직이 크다 보면 한 사람의 능력이 크다고 하더라도 조직 생활에 묻혀 버리거든요. 기계의 톱니바퀴 속 하나의 존재일 뿐이에요. 이거는 개인이 활동을 해서 적응을 하고 두각을 나타낼 때에 부각이 되죠. 회사를 다닐 때와는 많이 다르죠.
'연기나 지금 하고 있는 영역들은 회사 생활과 많이 다르구나', '여기는 나를 부각시키고 내 자신의 확고한 실력을 키워놓지 않으면 조직과 회사를 다닐 때와는 달리 완전히 힘들어 지겠구나' 싶었어요. '조직에서는 조금 부족해도 묻어갈 수가 있고 흘러가는데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제 자신을 가꾸어야 하고 부지런하게 채찍질해야 하고 연기도 정말 열심히 해야 하고 나를 객관화 시키면서 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을 객관화 시키는 게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주관적으로 나를 생각해 버리면 안되니까. 객관화 시켜서 엄밀하게 따져서 내가 저기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되는 거죠. 뒤지지 않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 해요."
- 자기발전을 위한 루틴이나 연기를 위해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모여서 연기를 매주 목요일마다 배우는 게 있어요. 서너 시간 정도 가서 독백하고 연기 지도를 받아요. 가서 쇼츠도 만들고 릴스도 만들고 하면서 발전하고 있죠.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연기를 배우는 곳에서 제작하는 웹드라마도 준비하고 있어요."
- 모델, 배우 일을 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순간이 있다면?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했어요. 순간 찍히는 게 좀 그럴 때가 있었죠. 몇 번 찍어서 현장에서 보고 프로필도 만들고 광고를 찍으면서 내가 관심을 받는 게 좋아지기도 하더라구요. 조금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있었고요. 제가 그렇게 외향적인 사람이 아니었어요. 회사 다닐 때에도 소심했고 내 것만 생각하고 주로 속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외향적인 면이 있다는 걸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뽐내기보다도 나 자신을 표현하고 표출하는 작업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을 알아가게 된 것 같아요."
시니어 배우 그리고 시니어 모델 일을 누구보다 바쁘게 하고 있는 그가 겪은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박성만 배우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찾았다. 그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애쓰기 보다 경험을 통한 자연스러운 성장을 기다렸다.
- 시니어 배우 활동을 하면서 힘드신 점이 있다면.
"이 세계가 스트레스가 많아요. 조직이란 곳이 감싸주는 곳이지만 여기는 각자가 혼자 부딪혀서 나가서 개척하고 그래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스트레스도 즐기면서 하는 거고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러한 스트레스가 없으면 발전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아요. 즐길 수 있는 정신력과 도전의식이 있어야 하죠."
- 실제 현장은 카메라가 굉장히 많고 규모가 큰데, 긴장감과 불안감으로 다가온 적이 있는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큰 두려움이었죠. 그 전에는 그런 경험이 많이 없었고 1년 동안 공부를 했다고 해도 벌써 몇 십년 전이구요. 두려움들이 많이 있었고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1년, 2년을 카메라 앞에 서면서 연기를 하게 되니까 두려움이나 그런 것들이 천천히 완화가 되더라고요. 어느 때에는 즐길 때도 있었어요. 현장에 가서 카메라를 보면 긴장이 많이 돼요. 그런데 슛이 들어가면 긴장감이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전환이 되더라고요.
▲ 독일에서의 '눈물의 여왕' 드라마 촬영 현장 |
ⓒ 박성만 배우 인스타그램 |
- 배우님이 살아온 삶을 한 말, 어구, 문구로 표현한다면 어떤 말로 표현하고 싶은지.
"아직 살 날이 남았으니까 섣불리 얘기하기 좀 그렇지만, '내가 지금까지 잘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살았다는 걸로 표현하고 싶어요. 하루하루 현실을 열심히 살자는 모토를 갖고 있기도 하고요. 큰 목표를 뱉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꿈들을 키워 나가는 게 가장 큰 가치관인 것 같아요. '열심히 살았다, 현실을 살자,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자.'"
- 젊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세상은 하루 하루가 새로운 해가 뜨는 거예요. 내일 해가 뜨고 그 다음날도 뜨고 오늘이나 과거가 힘들다고 해서 나를 포기해버리면 본인에게 죄가 되는 거죠. 너무 힘든 과정들도 내일은 새로운 생각들이 열리니까 자신에 대한 절망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면 다 잊어버리잖아요. 사람은 앞으로만 생각하면 돼요.
젊은 친구들이 과거에 묻혀서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내일이 있다는 게 전부예요. 젊은 친구들은 살날이 정말 많아요. 우리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미래에 대한 전부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게 더 중요하죠. 어려운 일일수록 밖으로 터뜨리고 풀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힘들죠. 자기 거를 삼키고 묻어두면 힘들어져요. 털고 새로운 전환점을 향해 가야 하죠."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꼬르륵 소리 조심" 이 영화에 붙은 '이색 안내문'
- 취준생 8년 차... '교과서처럼' 살아왔는데 또 떨어졌다
- 왜 뉴진스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별로일까
- 워너브러더스, 한국영화 투자 재개 움직임... '인턴' 신호탄 되나
- 무단 결근하던 공익, 알고 보니 이런 사연이 있었다
- 6년 공백 끝내고 돌아온 케이윌, 그는 왜 윤상과 손잡았을까?
- '골때녀' 스밍파, 컵대회 결승행... 월드클라쓰와 우승 다툼
- '홍콩반점' 셀프 디스한 백종원, 책임감과 논란 사이
- 인천 곳곳에서 벌어진 재개발 갈등, 일본을 보라
- 친형 잃고 감옥 가고... 우리가 몰랐던 '내기 바둑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