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의도된 지각이었나…"전시 준하는 협력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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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가 소련 시절 '자동 군사개입' 조항에 근접한 조약을 새로 체결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근 방북 당시 '심야 지각'을 한 것을 두고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국빈 방문'에서 자정을 넘겨 도착하는 전례 없는 모습을 보여준 건 양측이 전시(戰時)에 준하는 협력에 나섰다는 걸 암시하는 연출이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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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정상 만나는 건 전시 때나 있는 일"
"北 행동, 하나하나 의도 담긴 연출로 봐야"
북한과 러시아가 소련 시절 '자동 군사개입' 조항에 근접한 조약을 새로 체결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근 방북 당시 '심야 지각'을 한 것을 두고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국빈 방문'에서 자정을 넘겨 도착하는 전례 없는 모습을 보여준 건 양측이 전시(戰時)에 준하는 협력에 나섰다는 걸 암시하는 연출이었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이 탑승한 일류신(IL)-96 전용기는 지난 19일 새벽 2시를 넘겨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했다. 당초 극동지역 방문 일정을 마친 뒤 18일 저녁 북한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지각 대장'이라는 악명을 증명하듯이 또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에서 자정을 넘겨 도착하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지각으로 1박2일 일정도 '당일치기'로 바뀌었다. '북한 1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홀로 공항에 서서 푸틴 대통령을 기다렸고, 북한으로선 자존심 상할 만한 장면이 전세계에 송출됐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가 북한과의 밀착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정반대의 해석이 나왔다. 탈북민 출신 박사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북한과 러시아의 행동은 하나하나 사전에 합의된 연출로 봐야 한다"며 "그 안에 담긴 의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의 분석은 이렇다. '심야' 국빈 방문이라는 전례를 찾기 어렵듯이, 국가수반이 새벽까지 일정을 치르는 건 '전시'뿐이라는 것이다. 어두컴컴한 시간 북·러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건 '우리는 지금 전쟁 상태에 있으며, 그에 준하는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암시라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북·러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통해 군사적 협력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조약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군사 원조를 명시한 조항 후반부 내용은 1961년 조·소 우호조약의 '자동 군사개입' 조항과 일치한다.
유엔 헌장과 러시아 및 북한의 국내법을 전제로 뒀다는 점에서 해석의 여지는 남아 있다. 러시아가 일종의 제동 장치를 남겨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북·러 조약의 내용과 군사 협력 수위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푸틴 대통령도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받아친 상태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날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항의할 예정이다. 외교 소식통은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오후 중에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여 북·러 조약 체결과 군사 협력에 대한 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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