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찐오빠' 손아섭, '최다안타 신기록' 작성
[양형석 기자]
▲ 손아섭, 기록의 순간 20일 잠실야구장 프로야구 NC-두산. 6회초 NC 손아섭이 KBO 개인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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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안방에서 열린 NC와의 주중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5안타를 때려내며 2-0으로 승리했다. 안방에서 NC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만든 두산은 이날 KIA 타이거즈에게 5-6으로 패한 LG트윈스를 반 경기 차로 제치고 하루 만에 2위 자리를 탈환했다(42승 2무 32패). 두산은 주말 대구로 내려가 4위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두산은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7이닝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2승째를 따냈고 루키 마무리 김택연이 6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석에서는 3회 밀어내기 볼넷을 고른 헨리 라모스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정수빈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두산이 아닌 NC에서 나왔다. 이날 세 번째 타석에서 통산 2505번째 안타를 때려내며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의 주인공에 등극한 손아섭이 그 주인공이다.
양준혁-박용택으로 이어진 '안타머신' 계보
현역 시절 워낙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었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 KBO리그에서 '안타'를 상징했던 선수는 단연 '양신' 양준혁(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사)이었다. 양준혁은 지난 2007년 6월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해외파 투수 이승학을 상대로 역대 최초로 2000안타를 때려냈다. 당시 양준혁은 "다음 목표는 2500안타"라는 포부를 밝혔는데 2007년 양준혁의 시즌 타율이 .337였으니 크게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도 아니었다.
하지만 2008년 타율 .278로 부진했던 양준혁은 2009년 .329의 고타율을 기록하고도 8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0년 최형우(KIA)와 박석민(요미우리 자이언츠 3군 육성코치), 채태인 같은 '젊은 피'들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긴 양준혁은 64경기에서 타율 .239로 부진했고 2010시즌이 끝난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500안타에는 미치지 못 했지만 은퇴 당시 양준혁의 통산안타는 무려 2318개였다.
당시만 해도 양준혁의 통산 최다안타 기록은 쉽게 깨지기 힘들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야금야금 안타를 적립하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2009년 생애 첫 타격왕(.372)에 오르며 다소 늦은 나이에 전성기가 시작된 LG의 '쿨가이' 박용택(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었다. 박용택은 양준혁 정도의 장타력은 없었지만 정확한 타격을 앞세워 꾸준히 안타기록을 쌓아 나갔다.
실제로 박용택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10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양준혁과 장성호(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이상 9년)조차 세우지 못했던 KBO리그의 유일한 기록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진 7년 연속 150안타 기록 역시 오직 박용택에게만 허락된 고지였다. 박용택은 2018년 6월2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양준혁을 넘어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박용택의 연속시즌 3할과 150안타 기록은 2019년에 모두 중단됐지만 박용택은 2020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때까지 2504개의 안타를 때리며 위대한 현역생활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몇몇 야구팬들은 박용택의 대기록이 길어야 5년이면 깨질 거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정확히 4년이 지난 2024년 6월 20일 박용택의 최다안타기록은 손아섭이라는 또 다른 '안타머신'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 손아섭, 통산 최다 안타 대기록 20일 잠실야구장 프로야구 NC-두산. 6회초 KBO 개인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작성한 NC 손아섭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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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개명은 집안문제 같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선수들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프로 입단 후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는 유망주들이나 선수생활에 전환점이 필요한 선수들 사이에서 개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 유행을 선도했던 선수가 바로 손아섭이었다(손아섭이라는 엄청난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한때 손아섭이 개명을 했던 작명소를 찾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2007년 손광민이라는 이름으로 롯데에 입단한 손아섭은 프로 데뷔 2년 차 시즌에 3할 타율을 기록한 후 손아섭으로 이름을 바꿨다. 손아섭은 이듬해 타율 .186로 엄청난 슬럼프에 빠졌지만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롯데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손아섭은 이 기간 동안 4번의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와 3번의 최다안타왕에 등극하면서 리그 최고의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2021년까지 롯데의 간판타자로 활약하던 손아섭은 2021 시즌이 끝난 후 4년 총액 64억 원을 받고 NC로 이적했다. 손아섭은 NC 이적 첫 시즌 타율 .277로 다소 부진했지만 140경기에 출전했던 2023년 타율 .339 187안타 97득점의 성적으로 커리어 첫 타격왕과 함께 통산 4번째 최다안타왕, 그리고 지명타자로서 처음으로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또한 박용택의 7년을 넘어 역대 최초로 '8년 연속 150안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23년까지 통산 2416안타를 기록하며 박용택의 통산 최다안타 기록에 88개 차이로 접근한 손아섭은 3~4월에 35안타, 5월에 32안타, 6월에 21안타를 기록하며 꾸준히 안타를 생산했다. 19일 두산전에서 박용택의 기록과 타이를 이룬 손아섭은 20일 두산전 6회 3번째 타석에서 두산 선발 알칸타라와 6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깨끗한 좌전안타를 때리면서 드디어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손아섭의 최다안타 기록이 확정되자 손아섭에게 직접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를 해준 이전 기록보유자 박용택은 은퇴시즌인 2020년 10월 15일 롯데전에서 커리어 마지막 안타를 때렸다. 하지만 손아섭은 올해도 최다안타 공동 7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여전히 리그 정상급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갑작스런 부상이나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하락)가 찾아오지 않는 한 역대 최초의 3000안타에 가장 근접한 후보는 단연 손아섭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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