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 떠나는 '베테랑' 김나희와 '신인왕' 박현주

양형석 2024. 6. 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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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0일 김나희와 박현주를 비롯해 한꺼번에 5명 방출한 흥국생명

[양형석 기자]

19일 3명을 방출한 GS칼텍스에 이어 흥국생명도 선수단 정리를 단행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구단은 20일 공식 SNS를 통해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나희와 2019-2020 시즌 신인왕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박현주, 세터 박은서, 리베로 홍다비,아웃사이드히터 양태원을 자유신분선수로 공시한다고 발표했다. 흥국생명은 하루 동안 5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팀을 떠나면서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를 모두 포함해도 선수단 규모가 총 17명으로 줄었다.

흥국생명은 아시아쿼터 황루이레이와 외국인 선수 투트쿠 부르주, FA로 영입한 최은지, 지난 10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이고은 세터, 신연경 리베로 등과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 위주로 선수단을 정리했다. 2군 리그가 없는 V리그의 특성상 선수단 정리는 매년 찾아오는 연례행사(?)다. 하지만 올해는 흥국생명에서만 17년 동안 활약했던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나희와 역대 최초의 2라운드 출신 신인왕 박현주가 포함돼 있어 배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흥국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베테랑
 
 흥국생명에서 2번의 우승을 차지한 김나희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네 시즌 동안 주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중앙여고 출신의 김나희는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과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배출한 2007-200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다. 178cm로 미들블로커로는 썩 크지 않은 신장 때문에 지명순위가 다소 밀렸지만 김나희는 데뷔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28경기에서 170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2년 차 시즌에는 28경기에서 274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데뷔 첫 챔프전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8-2009 시즌이 끝난 후 김연경, 2009-2010시즌이 끝난 후 황연주(현대건설)가 나란히 팀을 떠나면서 흥국생명의 전력은 크게 약해졌다. 김나희는 2008-2009 시즌부터 2013-2014 시즌까지 6시즌 동안 5번이나 200득점 이상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주전 미들블로커로서 제 몫을 다했지만 '쌍포'가 떠난 후 흥국생명은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다. 다만 김나희는 올스타전에 단골로 출전해 화려한 퍼포먼스로 배구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2014-2015 시즌 새로운 에이스 이재영이 합류한 후에도 2016-2017 시즌까지 주전 자리를 지켰던 김나희는 2017-2018 시즌부터 신인 김채연(IBK기업은행 알토스)에게 밀려 출전기회가 줄어 들었다. 그리고 커리어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2018-2019 시즌에는 FA 김세영과 신인 이주아(기업은행)에게 주전자리를 내주며 정규리그 12경기에서 25득점, 챔프전에서는 2경기에서 9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2019-2020 시즌 12경기, 2020-2021 시즌 6경기, 2021-2022 시즌 8경기 출전에 머물렀던 김나희는 김세영이 은퇴한 2022-2023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38.82%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오랜만에 코트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2023년 4월 흥국생명이 FA 미들블로커 김수지를 영입하면서 다시 김나희의 입지는 크게 줄어 들었다. 결국 김나희는 2023-2024 시즌 정규리그 4경기, 챔프전 1경기 출전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흥국생명은 2023-2024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이주아가 팀을 떠나고 김채연을 기업은행으로 트레이드하면서 미들블로커 라인이 약해졌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이주아의 보상선수로 미들블로커 유망주 임혜림을 데려왔고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도 196cm의 황루이레이를 지명하면서 김나희와는 결별을 선택했다. 17년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벗게 된 김나희는 실업팀 수원시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예정이다.

신인왕의 짜릿한 기억 남기고 방출
 
 박현주는 나머지 네 시즌의 득점을 모두 더해도 루키 시즌에 기록한 103득점에 미치지 못한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지난 2021-2022 시즌에는 실업배구 출신으로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 지명을 받았던 이윤정(도로공사)이 신인왕을 차지했고 2022-2023 시즌에도 2라운드 6순위 출신 최효서 리베로(정관장 레드스파크스)가 신인왕에 선정됐다. 하지만 V리그 출범 후 15시즌 동안 여자부 신인왕 타이틀은 언제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 선수들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 길었던 전통을 최초로 깬 선수가 바로 2019-2020 시즌 '2라운드의 기적'을 쓴 박현주였다.

서울중앙여고 출신으로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된 박현주는 시즌 초반부터 원포인트서버로 활약하며 꾸준히 기회를 얻었다. 에이스 이재영이 대표팀 일정으로 빠졌을 때는 선발로 출전해 공격에서 쏠쏠한 활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25경기에서 103득점을 기록한 박현주는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한 정호영(정관장)과 이다현(현대건설)을 제치고 V리그 최초로 2라운드 신인왕의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박현주는 아쉽게도 루키 시즌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2020-2021 시즌 28경기에 출전한 박현주는 86세트 동안 13득점에 그쳤고 2021-2022 시즌에도 12경기에서 27득점으로 출전기회가 크게 줄었다. 176cm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박현주는 매 시즌 주공격수 역할을 하는 외국인 선수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문정원(도로공사)처럼 뛰어난 수비로 아쉬운 공격력을 커버하는 유형도 아니었다.

박현주는 2023년 3월 19일 현대건설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개인 최다득점인 25득점을 올리며 '인생경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흥국생명에서의 잔류여부가 걸린 중요한 시즌이었던 2023-2024 시즌에는 프로 3년 차를 맞는 박수연과의 원포인트 서버 경쟁에서 밀리며 정규리그 2경기, 챔프전 1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박현주는 시즌이 끝난 후 5시즌의 짧은 프로생활을 끝으로 김나희, 박은서 등과 함께 자유신분선수로 공시됐다.

박현주 역시 흥국생명을 나온 후 김나희, 박은서와 함께 수원시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예정이다. 만 35세로 흥국생명에서 두 번의 우승과 네 시즌 동안 주장을 역임했던 김나희와 달리 박현주는 아직 만 22세에 불과한 어린 선수다. 물론 실업팀에서의 좋은 활약을 통해 다시 프로무대로 복귀할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지만 박현주가 V리그에 돌아와 배구팬들을 만나려면 흥국생명에서 드러난 약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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