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판다 2+1쌍 가는데… 푸바오는 못 돌아오나

사공관숙 2024. 6. 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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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 지난 4월 중국에 반환된 판다 ‘푸바오(福寶)’가 적응을 마치고 12일 드디어 대중에 공개됐다. 학대, 접객 의혹 등 논란을 의식한 중국 당국의 정면 돌파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국내에선 푸바오 귀환을 요구하는 청원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중국이 약속한 판다 2쌍 외에 추가로 1쌍을 워싱턴 DC에 보낸다는 미‧중 간 ‘판다 외교’ 본격화 소식에 한국까지 들썩인 이유다. 대(對)중국 총공세를 펴는 중에도 판다를 6마리나 확보한 미국,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지난 12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워룽 선수핑 기지에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일반에 공개됐다. 극목신문 캡처


최근 미국은 판다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한창 들뜬 분위기다. 올해에만 총 3쌍의 판다가 미국에 보내지기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계약이 체결된 판다는 2쌍이었는데, 지난달 29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영상을 통해 워싱턴 DC에 추가로 판다 1쌍이 더 오게 됐다는 소식을 깜짝 발표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운데)가 지난달 29일 중국 자이언트 판다 2마리가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 페이스북 캡처


같은 날 셰펑(謝峰) 주미 중국대사도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미‧중 간 판다 보호 협력의 시작을 알렸다. 치밀하게 조율된 발표 시점과 유화적인 메시지, 상징적인 장소… 전형적인 ‘판다 외교’의 현장이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은 1972년 판다가 처음 도착한 곳으로 미‧중 긴장 완화(데탕트)의 상징이 된 곳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과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으로 보내질 암수 판다 2쌍은 이미 확정됐다. 빠르면 올여름 샌디에이고에 도착할 판다는 수컷 윈촨(雲川‧5)과 암컷 신바오(鑫寶‧4)이고, 수컷 바오리(寶力‧3)와 암컷 칭바오(青寶‧3)는 연말쯤 워싱턴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해 직접 판다 임대에 재시동을 건 샌프란시스코도 지난 4월 말 판다 대여 계약을 확정하고 내년에 판다 한 쌍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올 여름 샌디에이고로 보내질 수컷 판다 윈촨(雲川·5). 중국 CC-TV 홈페이지 캡처


미국 외교가에는 판다로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된 반면, 미국 정계에는 더없이 냉랭한 기류가 흐른다. 미국 대선을 5개월 앞둔 대선주자들은 경쟁적으로 중국 압박 정책과 공약을 내놓고, 미 의회도 중국 견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 연방의회는 9개월 동안 376개 중국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경제‧기술 분야의 분위기는 더 싸늘하다. 지난달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4배 올려 100%까지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도 철저히 막고 있다.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는 물론 이제는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반도체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에 대한 추가 규제를 검토 중이라고 미 정부가 지난 11일 밝혔다. 그야말로 대중국 총공세가 펼쳐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재개된 ‘판다 외교’에는 중국의 다급함이 비친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공세가 점증되는 와중에 수도 워싱턴으로 판다를 다시 보내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23년 넘게 사랑받은 수컷 판다 톈톈(添添‧27)과 암컷 메이샹(美香‧27) 그리고 팬데믹 당시 태어나 미국판 푸바오로 불린 샤오치지(小奇跡‧4) 마저 중국으로 모두 반환됐는데, 요즘은 당시 유행했던 ‘징벌적 판다 외교’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판다는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진단하는 하나의 척도로 꼽힌다. 한 나라가 임대한 판다 수가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그 나라의 대중 외교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임은 분명하다. 한‧미‧일 3국을 단순 비교해봐도 차이와 변화를 알 수 있다.

2020년 팬데믹 당시 태어나 미국판 푸바오로 불린 판다 샤오치지(小奇跡·4). 바이두 캡처


한때 판다가 15마리였던 미국은 남아있던 4마리 모두 반환될 위기에서 최근 6마리 임대가 확정됐다. 애틀랜타 동물원의 4마리 판다는 연말에야 반환되니 지금 시점을 기준으로 미국은 판다 10마리를 임대한 셈이다. 일본도 지난해 푸바오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았던 샹샹(香香‧7)을 중국에 보냈지만, 여전히 7마리의 판다가 남아있다. 현재 한국에는 아이바오(愛寶‧10), 러바오(樂寶‧10)와 쌍둥이 딸 후이바오(輝寶‧1), 루이바오(睿寶‧1) 이렇게 총 4마리가 살고 있다.

임대한 판다 수 대로 순위를 나열해보면 1위 미국(10), 2위 일본(7), 3위 벨기에(5), 4위 한국(4) 나머지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등은 2마리로 공동 5위다. 영국과 말레이시아는 판다가 한 마리도 안 남았다. 인도는 판다를 임대한 적도 없다. 공교롭게도 영국은 홍콩의 국가보안법, 사이버 보안, 중국 스파이 등 이슈로 중국과 관계가 악화했고,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종종 국경 분쟁이 일어나는 나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눴던 다롄 외곽 휴양지 방추이다오 해변에 설치된 양 정상의 발자국 동판(왼쪽)과 동판이 철거된 모습(오른쪽).


최근 중국의 한‧일‧중 정상회담 참석과 북‧중 관계 이상 기류 등 한‧중 관계가 호전될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푸바오의 식지 않는 인기는 양국에 뜻밖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접객‧학대 등 의혹도 잇따라 제기돼 푸바오 귀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정부의 대중 외교력은 시험대에 올랐고, 중국 정부도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70여 일 만에 푸바오를 대중에 공개한 이유도 여러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중국 측의 노력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샹샹은 반환 후 8개월 뒤에야 공개됐다.

지난달 홍준표 대구시장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접견 이후 대중의 기대감은 더욱 증폭됐다. 지난달 31일 홍 시장은 2027년에 완공 예정인 대구대공원에 판다 한 쌍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때 푸바오가 오길 바라는 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싱 대사도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한‧미‧일 밀착 행보를 의식해 한국을 끌어당기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판 세기의 ‘판다 외교’를 기대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접견에서 2027년에 완공 예정인 대구대공원에 판다 한 쌍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대구시


다만 현재로썬 푸바오가 한국에 돌아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현재 미국행이 확정된 판다를 보면 ‘자손은 보낼 수 있지만 귀환한 판다는 다시 그 나라로 보내지 않는다’는 중국의 원칙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로 가는 윈촨은 2019년 반환된 바이윈(白雲‧33)과 가오가오(高高‧34)의 딸 전전(珍珍‧17)이 낳은 새끼다. 워싱턴으로 가는 바오리도 지난해 반환된 톈톈과 메이샹의 딸 바오바오(寶寶‧10)가 낳은 새끼이고, 바오바오와 샤오치지는 나이 차가 큰 남매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판다 인기 순위 1위이자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샤오치지도 현재로썬 미국에 돌려보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워룽 선수핑 기지에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일반에 공개됐다. 뉴스1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도 한국 일부 네티즌의 푸바오 반환 요구에 대해 선을 그었다. 청두 소재 자이언트 판다 비정부기구(NGO) 위에웨라이의 자오숭성 매니저는 “판다를 돌려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난 4일 GT에 밝혔다. 또 그는 “한국 네티즌들이 푸바오 상황을 걱정하는 건 분명 좋은 일이고 그들이 판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준다”면서도 “이는 사랑에서 비롯된 오해로 양국은 판다를 돌보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푸바오가 한국에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읽히는데, 미국의 사례를 보면 훗날 푸바오의 자손이 한국에 보내질 가능성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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