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원폭 피해자 만나 “죄송하다” 울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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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렸던 천재과학자 고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2차 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원폭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과 생전에 만나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는 모습을 증언하는 영상이 발견됐다.
일본 방송 엔에이치케이(NHK)는 전문가들 말을 인용해 "(오펜하이머가 원폭 피해자들을) 실제로 만나서 잘못을 인정한 게 놀랍고, 그 사과를 피폭자가 직접 들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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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2015년 증언…“이미 눈물 흘리고 있어”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렸던 천재과학자 고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2차 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원폭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과 생전에 만나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는 모습을 증언하는 영상이 발견됐다.
일본 교도통신은 20일 이런 사실이 히로시마시 비영리단체의 취재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엔피오(NPO) ‘월드 프렌드십 센터’가 공개한 해당 영상은 1964년 6월 히로시마 일본인 피폭자와 오펜하이머의 비공개 면담에 통역으로 참여했던 타이힐러 요코씨가 2015년 증언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요코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면담 장소인 한 연구소의 방에 들어선 순간 오펜하이머가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연발했다”고 전했다.
일본 방송 엔에이치케이(NHK)는 전문가들 말을 인용해 “(오펜하이머가 원폭 피해자들을) 실제로 만나서 잘못을 인정한 게 놀랍고, 그 사과를 피폭자가 직접 들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오펜하이머는 1943년 설립된 미국 에너지부 소속인 국립연구기관 미국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책임자로 부임해 오게 닐스 보어, 엔리코 페르미, 리처드 파인만 등 세계적인 과학자들과 인류 최초로 핵폭탄을 만드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이 만든 원자폭탄은 2차 대전 막바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됐고, 민간인 희생자를 포함해 상상하기 어려운 피해를 냈다. 당시 맨해튼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는 전쟁이 끝난 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내 손에는 피가 묻어있다”며 고통스러워했던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요코씨는 “(당시에는) 나 자신이 매우 미숙해서 개인적으로는 그 (사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당시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자 중에서도 특히 핵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으로, 핵 개발을 한 것 자체를 굉장히 후회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에 갔을 때, 트루먼은 피해자들 앞에서 ‘이것은 미국이 취한 정당한 행동’이라며 원폭 투하를 정당화했는데, 트루먼 대통령의 말과 오펜하이머의 말이 대비되면서 내게는 특별한 경험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오펜하이머는 1960년 일본을 찾았지만, 피폭지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방문하지 않았다. 이어 1964년에는 피폭자들이 미국과 구소련 등 8개국을 방문한 ‘세계평화순례’에 참여했던 원폭피해자이자 이론 물리학자 쇼노 나오미(사망) 일행과 면담을 했던 적은 있다. 통신에 따르면, 오펜하이머의 사과를 증언하는 영상은 약 50분 분량으로 월드 프렌드십 센터 설립 50주년 기념식 때 촬영해 보관돼 있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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