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눈]'슈퍼리치 전문가' 이재옥 KB증권 전무 "자산관리 핵심은 고객"
30년간 슈퍼리치와 함께한 자산관리 전문가
첫째도 고객, 둘째도 고객…"고객이 최우선"
"가장 효과적인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에게 집중한다. 단 한명을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솔루션으로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20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만난 이재옥 KB증권 전무는 자산관리의 핵심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오랜 시간 국내·외에서 초고액자산가들과 함께한 30년 경력의 자산관리 전문가다.
그는 "가장 적확한 솔루션은 고객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며 "고객께서 먼저 찾고 싶은 서비스를 드리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자산관리의 시작과 끝은 결국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증권사에서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 전무는 은행권에서 프라이빗 뱅커(PB) 생활을 시작한 후 UBS 홍콩 등을 거쳐 현재 KB증권 리테일사업총괄본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근무하다 문득 해외에서 업무 역량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외국계 금융기업에 입사해 13년가량을 근무했다"며 "해외 근무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한국의 금융시장은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해 있었다. 그간 해외에서 배운 자산관리 노하우를 접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증권사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이었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관리는 은행이 이끌었다. 그러나 이제는 증권사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는 자산 배분과 투자의 관점에서 증권사가 더 광범위하고 많은 기회를 고객들께 드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께서도 이미 얼마나 다양한 투자처가 있는지 알고 계신다. 고객들의 지식도 상당한 수준"이라며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드리기 위한 최적의 서비스는 증권사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2세'와 '사모님' 고객 전략으로 성과 이뤄
이 전무는 자산관리 전문가로 근무하며 특별한 성과를 거둔 사례로 '2세'와 '사모님' 고객 전략을 꼽았다. 그는 지금은 보편화된 자산가의 2세 대상 마케팅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도했다. 이 전무는 "고객으로 모시던 자산가의 2세분들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등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것을 파악하고 나이대가 비슷해서 형제 또는 자매처럼 서로 의지할 수 있는 2세 고객들의 교류를 도왔다"며 "이때 만났던 2세 고객분들은 이제는 우리 경제를 이끄는 굴지의 기업들의 대표가 됐다. 아직도 서로 가족처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 '사모님' 고객 전략에 대해 이 전무는 "해외 근무 당시 현지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한국인 고액 자산가분들의 사모님과 관계를 맺으며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경영인 본인뿐만 아니라 사모님들의 역할도 매우 크다. 투자에 대한 사모님들의 시야를 넓혀드리기 위해 온 역량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업무 성과를 당시 근무하던 회사에서 크게 인정받았고, 회사는 전사적으로 여성 고객 관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위민즈(women's) 마켓' 전략을 시행했는데, 세계적으로 여성 투자자 및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많아지며 여성이 자산관리 고객의 '큰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고성장하는 슈퍼리치 자산관리 규모…"이제는 자산 유동화"
이달 들어 KB증권의 자산관리 규모가 6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8월, 50조원을 돌파한 이후 10개월여 만에 10조원이 증가하며 가파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이 전무는 "최근 자산관리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배경에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KB증권의 원칙이 있다. 자산관리업을 전개하기 위한 인력 배치, 시스템 개선 등은 모두 고객을 1순위로 생각하며 이루어진다"며 "고객께서는 KB증권 한 곳만 오셔도 증권, 은행, 자산운용, 보험 등 KB그룹 내 경쟁력 있는 계열사의 통합적인 자산관리를 제공받으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금융업 전반에 있어 어느 한 부분을 빼놓을 수가 없다"며 "이는 KB그룹사의 역량이 KB증권 자산관리 서비스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전무는 최근 자산관리 규모의 성장에 있어 고객 수요에 기반한 CPC(고객관리-맞춤솔루션-채널연계)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KB증권은 오래전부터 CPC 전략을 고도화했다. 이는 초개인화된 사회에서 고객의 생애주기별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 역량"이라며 "KB증권의 엄선된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통해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수립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과 소통하는 채널은 지점과 더불어 디지털 채널인 '에브리웨어 PB 서비스'가 있다. 이를 통해 전국에서 실시간으로 고객을 응대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도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슈퍼리치 고객들이 자산을 운용함에 있어 고민하는 가장 큰 주제는 '자산 유동화'라고 짚었다. 그는 "고액자산가들의 대부분의 부는 부동산으로 축적돼 왔는데, 이제 고객들께서는 부동산을 효과적으로 현금화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생각하신다"며 "부동산의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절세 방법도 핵심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자국 편향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글로벌 투자로 관심을 확대하는 모습도 보인다"며 "최근 고금리로 인해 채권투자가 유효했고 여전히 효과적이지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이 있는 국내 주식 및 글로벌 자산 배분을 위한 해외 주식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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