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신화](하)방산 수출 강국 필요조건들
적극적인 수출 금융 지원 정책 나와야
‘K-방위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요구될까. 우선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 수출은 정부 간 계약 성격이 짙다. 규모도 커 통상 무기 수출국이 구매국에 정책 금융지원을 제공한다. 당장 폴란드 무기 수출이 무산될 위기다. 자금난을 겪는 폴란드는 우리 정부에 저금리 금융지원을 요구해왔다. 문제는 ‘수출입은행법’이다.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폴란드와의 방산 계약 규모는 지원 가능액을 이미 초과했다. 시중은행을 통한 ‘신디케이트론(다수 은행의 공통 조건 집단 대출)’도 있지만 금리가 높아 상대국에서 꺼린다.
수출입은행의 정책지원금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금융 계약에 필요한 자본금을 수출입은행에 지원하지 않고 있어 계약 효력 발생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효력이 발생해도 문제다. 수은법 개정안은 자본금 한도를 1년에 2조원씩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사실상 일괄 자금지원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당장 방산기업에 불똥이 튀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12월 폴란드와 맺은 3조원대 K9 자주포 152문 2차 계약과 관련한 금융계약 체결 시한이 이달까지다. 수출금융 지원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행 계약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당시 계약에서 확보한 2조2000억원대의 천무 72대 물량 역시 오는 11월까지 당국 간 별도의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와 2차 계약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 1000대 규모의 K-2 전차 수출 기본계약을 체결한 후 1차 계약에는 180대가 포함됐고 현재 820대에 대한 잔여 계약을 앞두고 있다. 미흡한 금융지원으로 이번 계약이 불발될 경우 다른 무기 구매국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내 방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 계약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기업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협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기체계 핵심 소재 공급망 절실…조달 금액 78% 수입
방산 수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방 핵심 소재의 공급망 확보도 필요하다. 국내 방산기업들이 생산하는 무기체계의 핵심 소재들은 해외수입 의존도가 높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방 핵심 소재 자립화 실태 분석 및 공급망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금속 소재(8종)는 조달금액 8086억원 중 80.4%(6500억원)를, 비금속 소재(2종)는 조달금액 387억원 중 47.5%(184억원)를 수입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방산 부품과 같은 수준으로 방산 소재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무기개발체계 과정에서 국방 핵심 소재 자립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부장 개발은 후속 지원 원활·비용 절감 등 이익
핵심 소재뿐만 아니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 개발에 대한 투자도 절실하다. 방산에서 소부장은 기초체력에 해당한다. 국내 방위산업은 완성품 무기체계 개발 시 소부장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소부장 개발이 활성화된다면 후속 군수지원(운용유지)에 필요한 부품 공급이 원활해진다. 무기체계 총수명주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할 때는 다른 국가의 통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4000억원을 첨단 방산 소재·부품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올해 방산 분야 최초로 360억원 규모의 산업기술펀드를 신설해 지원하고, 소부장 특화단지에 방산 분야를 추가 지정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한다. 특히 로봇, 항공, 반도체 등 방산 기반 산업의 전문인력을 매년 2000명 이상 양성하고, 방산 제조기업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제조공정혁신 모델 도입을 지원하는 등 기초체력 강화에 집중한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지원을 요구한다. 예산 제약을 감안해 소부장 기술 중 반드시 확보해야 할 분야를 식별,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출 무기체계 중 수입 소재·부품을 사용한 것을 식별해 그것을 최우선순위로 개발할 수도 있다.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소재·부품·장비 개발 투자로 그동안 겪었던 무기 획득체계 시간·절차의 복잡성, 단가 상승 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특히 신기술의 신속한 전투력 접목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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