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철학 설정은 끝이 아닌 시작, 현장과 조율 통해 구체적 운영 방안 내놓아야

[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기술철학을 발표하며 향후 한국 축구를 이끌 기본 뼈대를 내놓았다. 이제부터는 현장과 조율을 통해 구체적 운영 방향을 하나하나 설정해나가야 한다.

20일 오후 2시부터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 기술철학 발표회가 열렸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인사말로 시작된 행사는 김지훈 축구인재육성팀장이 기술철학과 기술정책을 발표하고, 조준헌 국가대표운영팀장이 각 연령별 대표팀 운영시스템에 대해 설명한 다음 이 기술이사가 축구협회 게임 모델 및 적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발표를 통해 향후 한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이 제시됐다.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 아래 세계 축구를 주도하고, 세계적인 선수를 육성하고, 축구팬에게 영감을 준다는 세 가지 지향점을 제시했다.

기술철학은 대체로 한국 축구가 적응해야 할 게임 모델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으로 대표팀의 강약점을 파악해 한국 축구가 집중적으로 개선해야 할 키워드를 뽑아내고, 실제 적용을 위해 구체적인 훈련 목적 설정과 경기 국면에 따른 적용 방안을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제시해 한국과 세계 최상위권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술철학이라는 특성상 이날 발표에서는 게임모델 정도를 제외하면 구체적인 적용안이 마련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를 테면 연령별 대표팀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에서 U23 대표팀이 올림픽에 몰두할 것이냐,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를 함께 가져갈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나왔다. 여기서 축구협회는 단일한 U23 감독 체제에서 일부 코치는 아시안게임 준비 2년에 집중하고, 일부 코치는 올림픽 준비 4년에 집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실을 무시하지 않은 대안인 동시에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대안이었다.

또한 게임모델 자체가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보니 그밖에 기술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지도자 육성, 행정 시스템 정비, 학원 축구 구조 개편 등에 대한 방안은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 질의응답 간 이 중 일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 기술이사는 게임모델에 집중한 답변을 하면서 논의가 허공을 도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다만 기술철학이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종의 이정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이 마냥 축구협회의 실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르게 말하면 기술철학 설정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의미도 된다. 기술철학은 단순히 나침반 기능을 할 뿐이지 그 자체로 모든 걸 해결해주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게임모델이 제시됐으니 이를 구현할 지도자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구체화해야 한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게임 모델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유소년 축구에 동일한 기술 철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학원 축구에 대한 전반적인 문화 및 구조 재편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현장과 조율이 필수적이다. 이번 기술철학은 축구계 여러 관계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만들어낸 작품이며, 기술철학 발표회에서 모든 발표자가 거듭 강조한 건 현장에서 피드백을 받아 기술철학을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말이었다. 돌고 돌아 기술철학이 정립된 만큼 이제는 축구협회가 하는 모든 행동에 이를 적용하는 건 물론 현장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더욱 완벽한 기술철학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