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한숨과 탄식의 나날들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24.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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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소식을 접한 윤석열 대통령의 심정은 무척 착잡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출마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탄식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노골적으로 후보들을 협박해 주저앉혔던 살풍경은 이제 한여름밤의 꿈이 됐다. 용산이 고작 할 수 있는 게 친윤 성향의 인사 등을 떠밀어 한동훈 견제 구도를 만드는 거다. 윤 전 대통령이 19일 한 전 위원장의 출마 계획 전화를 받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지만 얼마나 속이 쓰릴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윤 대통령이 가장 잘한다고 자부하는 게 외교다. 그런데 그것도 옛말이다. 지난주 끝난 중앙아시아 순방은 별다른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해외 순방 때마다 따라붙던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는 말도 사라졌다. 국빈 방문 후 반등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되레 동행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얘기만 대중들 입에 오르내렸다. 외교를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했던 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 셈이다.
윤 대통령의 요즘 국정 운영 상황은 레임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정치학자들은 대통령 지지율의 지속적인 하락, 여당에 대한 주도권 상실, 잦은 정책 혼선, 차기 유력 주자군의 활발한 활동 등을 레임덕의 발현 조건으로 꼽는데, 윤 대통령은 거의 모든 조건에 부합한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임기 절반이 채 되지 않은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대놓고 말하지 않을 뿐이다.
신뢰 잃어버린 지도자... 국정 마비 상태
최근의 동해 유전 발표만큼 윤 대통령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사례는 드물다. 참모들이 회심의 카드로 준비했을 '국정 브리핑 1호'가 '석유 게이트'로 몰릴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윤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않는 신뢰의 위기가 저변에 흐르고 있음을 알지 못한 결과다. 신뢰를 잃어버린 지도자에게 권력 누수는 필연적이다.
대통령이 전권을 갖고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이 인사지만 윤 대통령은 이마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은 전면적 인사쇄신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바꾼 자리는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와 차관 몇 명이 전부다. 이달 중 한다던 장관 교체는 하염없이 늦어지고, 총리 교체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러고도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길 바란다면 주제넘은 일이다.
윤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다. 물가고와 가계부채, 자영업자 위기로 민생이 멈춰섰다. 북러 밀착 가속화로 한반도 전쟁 위험이 고조되는데 남북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의료대란은 벌써 네달째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고, '인구 국가비상사태'라며 내놓은 출생 위기 대책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 게다가 국정을 책임질 여당의 보이콧으로 국회는 공전 중이다. 민생도, 입법도, 정책도, 안보도 올스톱이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상황이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꽉 막힌 정국을 뚫으려면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윤 대통령에게는 그럴만한 힘과 능력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권력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이치다. 윤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 비공개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여소야대 국회 구도에 위축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데 희망사항일 뿐이다. 대통령의 힘이 부치는데 아래서 이를 지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윤 대통령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나마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채 상병 순직 외압 사건에서 이제 더는 윤 대통령이 숨을 공간이 없다. '한식에 죽나 청명에 죽나' 매한가지라며 무작정 버틸 계제가 아니다. 김 여사 의혹도 자진해서 검찰 가서 조사받도록 하는 게 최선책이다. 정치를 싸움으로 인식하는 윤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다. 내 것을 내주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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