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긁은 180만원은 ‘법카’였다…이마트도 사고 남을 매출[법카골프]

노우래 2024. 6.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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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1인당 45만원 결제...비싸진 골프 비용 원인은 ‘법카’
접대비 한도 늘며 골프장 법카 매출 2조원 이상으로
이마트 시가총액 보다 많은 법카 매출
접대골프 고급화에 그린피 가격도 상승

편집자주 - 기업 법인카드를 이용하는 '접대골프'가 코로나19 이후 골프산업의 황금기를 견인했지만 최근 기업들이 골프장 법인카드 결제를 제한하면서 골프산업이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골린이(골프+어린이)란 용어까지 생길 정도로 '골프 열풍'이 불었지만 지금은 경기불안 속에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것. 실제로 2020년 접대비 한도 증액으로 법인카드 매출 성장의 최대 수혜를 입었던 골프장들은 지난해부터 내장객이 줄면서 경영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골프장에서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하는 대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고객사와 접대골프를 한 A기업 김 전무의 영수증을 살펴봤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린피가 1인당 20만원이다. 4인 한 팀의 그린피는 80만원, 카트비가 10만원이 나왔다. 골프 시작 전 스타트하우스에서 먹은 점심 및 그늘집 간식 비용, 운동 후 골프장에서 먹은 저녁식사를 합친 식대는 77만7000원. 여기에 프로숍에서 구매한 선물비용 15만원이 추가돼 총 182만7000원이 들었다. 현장에서 현금 결제한 캐디피 15만원을 뺀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1회 골프비용이 1인당 45만원 이상 쓰인 것이다. 결제는 법인카드로 이뤄졌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골프장 이용료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좀처럼 골프장 이용료는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골프인구 증가가 골프장 이용료를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2020년부터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내수경기 진작을 목표로 업무추진비(접대비) 손금산입(비용처리) 한도를 높이면서 나타난 접대골프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2020년 법인세법 개정 이후 크게 늘어난 골프장 법카 매출

21일 한국골프소비자원 최신 집계에 따르면 골프장의 법인카드 사용액이 2022년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 이후 2019년까지 1조원대 안팎이던 골프장 법인카드 사용액은 202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2020년 1조5195억원, 2021년 1조9160억원, 2022년 2조1625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 1조2892억원 대비 67.7%나 급증한 것이다. 골프장들의 법인카드 매출 비중도 27.9%를 기록해 3분의 1에 육박하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적용된 법인세법 개정안이 단기간에 법인카드 사용액을 1조원 가까이 늘린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해당 개정안으로 접대비의 손금 산입한도가 늘어나 비용처리 가능한 접대비 액수가 커졌고, 이로 인해 법인카드를 이용한 접대골프 가능 한도가 더 늘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내수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경기진작의 일환으로 접대비 한도를 풀어줬다.

법인세는 기업의 수익금에서 손실과 비용을 의미하는 손금을 뺀 금액, 즉 소득에 따라 부과된다. 같은 수익을 내는 기업이라도 손금이 많을수록 법인세를 적게 낸다. 법인세법은 접대비에 대해 수입금액별 일정 금액 한도로만 손금산입을 인정한다. 접대비의 손금산입 한도는 각 기업의 기본공제 한도와 수입금액(매출액)별 한도를 합산해 산출한다. 기본 공제한도는 일반 기업이 1200만원, 중소기업은 3600만원이다. 2019년까지 2400만원이던 중소기업 공제한도가 2020년 법인세법 개정 이후 3600만원으로 늘어났다.

수입금액별 한도는 기업 매출 규모별로 기준한도액과 매출 규모당 일정비율을 합친 추가한도액을 적용해 산출해왔다. 기준은 매출 100억원 이하 기업, 100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 기업, 500억원 초과 기업 등 3가지로 나뉜다. 매출 100억원 이하 기업은 매출액의 0.2%를 기준한도액으로 적용해주던 방식에서 2020년 법인세법 개정 이후 0.3%를 적용해주는 것으로 증액됐다. 100억원 이하 기업들의 경우에는 추가한도액 비율이 별도로 적용되지 않는다.

매출 100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 기업들은 기준한도액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또한 매출액에서 100억원을 제한 금액의 0.1%까지 적용해주던 추가한도액 비율은 0.2%까지 올려줬다. 매출 500억원 초과 기업은 기준한도액이 6000만원에서 1억1000만으로 올라간 대신 추가한도액 비율은 매출액에서 500억원을 뺀 금액의 0.03%로 유지됐다.

매출 100억원인 중소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2019년까지 접대비 한도가 기본 공제한도 2400만원에 수입금액별 한도 2000만원을 합쳐 4400만원이었는데 2020년부터는 6600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기존 손금산입 한도를 넘어선 골프장 이용비를 복리후생비, 광고선전비 등 다른 항목에 쪼개서 기입해야 했던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게 내려간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규모 커진 접대골프

코로나19로 실내 모임이 제한을 받자 주요 접대 장소가 골프장으로 대거 이동했다. 한도가 늘어난 법인카드로 골프비용 및 선물, 식사가격을 모두 지불하면서 골프장 내 법인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었다. 예약이 힘들어질 정도로 고객들이 모이자 골프장들은 그린피와 식음료값을 올렸다.

국내 골프장들의 평균 주중 그린피는 2020년 13만4000원에서 2023년 17만7000원으로 불과 4년 만에 31.5%나 뛰었다. 주말 그린피도 18만1000원에서 22만1000원으로 22.1% 상승했다. 올해부터 그린피가 소폭 하락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2020년 대비 매우 비싼 편이다. 지난달 기준 국내 18홀 대중형 골프장 그린피는 주중 평균 16만9600원, 주말 21만3700원으로 집계됐다. 일본골프장경영자협회가 집계한 도쿄 일대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 1만5342엔(약 13만4500원)보다도 24% 이상 비싸다.

이로 인해 접대골프가 사라져야 천정부지로 올라간 그린피와 비싼 골프장 식음료값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중형골프장 이용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도하게 높아진 접대골프의 접대비 손금산입 한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은 "국내 골프장 산업의 건전화를 위해서는 임직원 복지용을 제외하고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법인카드 사용액을 손비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법인카드 사용액을 손비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569만 골퍼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일본도 골프장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액을 손비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건전화 됐다"고 강조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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