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누구 수사 언급 안됨' 메모…오늘 채상병 청문회 쟁점은

양수민 2024. 6. 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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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1주기(7월 19일)를 한 달 앞둔 21일 관련 사건의 주요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국회에서 무산된 ‘채상병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하며 입법 청문회를 열면서다. 하지만 특검법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은 물론 주요 증인들의 불참이 예상돼 ‘반쪽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앞서 민주당 주도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등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 관계자 12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은 대부분 임성근 전 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한 혐의자에서 제외된 이른바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관계자들이다.

차준홍 기자

12명의 증인 중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사령관은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시원 전 비서관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도 출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VIP 격노설, 구명 로비 의혹 등 수사 외압 의혹의 당사자인 임성근 전 사단장, 이종섭 전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등 주요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사실상의 대질 조사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앙일보는 청문회가 다뤄야 할 주요 과제와 쟁점을 정리했다.


①조사기록 ‘이첩→회수’ 최초 지시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를 추진키로 했다. 연합뉴스
첫 쟁점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 상병 사망사건 조사 기록의 회수’를 누가 최초로 지시했느냐다. 이 전 장관이 직접 결재한 수사단의 기록이 회수되고, 이후 혐의자가 8명에서 현장 대대장 2명으로 축소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아서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에서 빠진 것도 이 때다.

이종섭 전 장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그간 기록 회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이 전 장관 측은 지난달 4일 입장문을 통해 “귀국 후 사후 보고받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 관리관도 지난해 9월 25일 국회 법사위에서 “국방부 검찰단이 판단한 사안”이라고 했다.

지난 4월 29일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뉴스1

다만 중앙일보가 확보한 유 관리관의 통화내용에 따르면, 그는 조사기록 회수 당일(지난해 8월 2일) 이시원 전 비서관과 총 4차례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다음 날인 8월 3일부터 올해 1월까지 유 관리관이 이 비서관에게 수차례 대면보고를 한 정황도 파악했다. 두 사람이 평소 자주 통화하던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고, 이때 기록 회수를 논의하고 개입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결론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②‘사람에 대한 조치·혐의는 안됨’ 지시 이유는


지난해 7월 31일 오후 2시쯤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 집무실에서 받아 적었다는 이른바 ‘정종범 메모’ 의혹도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메모의 내용 자체가 임성근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기 위한 여러 지시사항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조사를 위해 경북경찰청에 소환됐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뉴스1

당시 정 전 부사령관이 작성한 메모를 보면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됨’ ‘보고 이후 휴가 처리’ 등 사건 처리 지침으로 보이는 내용이 담겨있다. 박정훈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이를 두고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간 군에서 벌어진 사망 사건에 대해 혐의자와 혐의명을 특정해 경찰에 이첩해왔는데 메모 속 내용은 정반대라면서다.


③임성근 구명설, ‘파견→취소→휴가’ 이유는


정종범 메모에 적힌 ‘휴가 처리’는 임성근 전 사단장을 둘러싼 ‘구명 로비설’과 연결된다. 임 전 사단장이 혐의자에서 제외되기 위해 국방부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로비 활동을 벌였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 31일 이뤄진 임 전 사단장의 휴가 처리가 그 혜택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이날 오전까지 직무에서 배제됐던 임 전 사단장이 정오쯤 돌연 직무에 복귀해 낮 12시 54분 휴가를 신청한다. 김계환 사령관은 전날 오후 혐의자에 포함된 임 전 사단장을 업무에서 분리하기 위해 사령부로 파견 명령을 내겠다고 보고했다가 돌연 이를 뒤집었다.

지난달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연합뉴스

임 전 사단장 직무 배제. 사령부 파견 결정이 뒤집힌 배경에 대통령실 및 국방부가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날 오전 11시쯤엔 VIP 격노설의 진원지로 꼽히는 윤 대통령 주재 외‧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끝날 무렵 오전 11시 54분,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 일반 전화인 ‘02-800’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2분 48초간 통화한다. 이 전 장관은 3분 뒤 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파견 조치된 임 전 사단장을 정상 출근시키라는 지시를 내린다. 당시 임 전 사단장은 파견 준비로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는 데 파견 취소로 미출근 상태가 되어 ‘당일 소급 휴가’를 신청했다는 의혹이다.


④尹 이어 고 변호사까지, 통화 이유는


해병대 수사단의 기록을 회수하고 박 대령을 보직 해임한 8월 2일에는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세 차례에 걸쳐 총 18분 이상 통화한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과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 전 장관은 우즈베키스탄에 출장 중이었고, 대통령은 폭염으로 대규모 온열 환자가 발생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8월 1일 한-우즈벡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우즈벡 국방부 의장대를 사열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진 국방부

그만큼 다급한 현안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대통령실과 장관의 의사소통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히 않다”며 공수처 수사에서도 그 내용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3일 이 전 장관의 통화 기록에는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고모 변호사가 등장한다. 둘은 오후 1시 45분 27초간 통화한다. 고 변호사는 지난해 8월 30일 박정훈 대령의 구속영장 청구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청문회 자리에서 이 전 장관이 윤 대통령 및 고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추궁할 예정이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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