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원된 북·러 군사동맹…더욱 중요해진 한·중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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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제재 노골적으로 무시하려는 의도 드러내
한·중 조기 정상회담, FTA 2단계 협상 속도 내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제 서명해 어제 공개된 새 조약에 따라 북·러 관계가 가까이는 1996년, 길게는 61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61년 조·소 조약과 거의 유사한 문구로 부활했기 때문이다. 북·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몇 단계 ‘퀀텀 점프’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보기에는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린 퇴행이 아닐 수 없다.
북·러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을 보면 제4조에 61년 조약에 들어 있던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됐다. 달라진 점은 유사시 군사 원조 제공의 근거로 ‘유엔 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 법에 준하여’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이다. 유엔의 제재를 무시해 온 국가들이 유엔과 법을 거론했으니 국제사회가 냉소할 사건이다.
북·러가 군사 분야 협력을 명시해 양측의 무기 비밀거래는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달러가 아닌 루블화를 이용해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금융 결제 체제’를 발전시키기로 한 것도 제재 회피 수단의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좌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6·25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먼저 침략 전쟁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북·러가 일어나지도 않을 국제사회의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력을 약속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과 규범을 저버린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정부는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러시아에 경고했다.
정부는 북·러의 위험한 폭주에 대응할 카드를 추가로 제시해야 한다. 먼저 북·러 밀착으로 대북 영향력 하락과 서방 진영의 결속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당기는 노력에 나설 필요가 있다. 영국 BBC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측이 지난달 방중한 푸틴 대통령 측에 ‘중국 방문 뒤 곧이어 북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북·중·러 결속 강화는 한반도 안보에 전략적으로 불리하지만, 북·러와 중국의 거리두기는 외교적 공간을 열어 줄 기회다. 닉슨 대통령 시절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이 중·소 이념 갈등을 미·중 수교 등 데탕트 외교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이이제이(以夷制夷) 경험을 참고할 만하다.
지난 18일 열린 차관급 외교·안보 대화를 뛰어넘는 한·중 고위급 교류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도 가능한 한 조기에 추진할 만하다. 지난달 한·중·일 서울 정상회의 기간에 합의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도 신속히 가동해 주길 바란다. 경제적으로 공통분모를 늘려가는 것은 양국의 윈윈 분위기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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