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여름 장마 시작…‘오송 지하차도 참사’ 기억해야

2024. 6. 2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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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 2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둘레길에서 우산을 쓴 관광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전국 지하차도 182곳, 여전히 침수 대책 미흡


집중호우는 이제 변수 아닌 상수, 철저 대비를


제주도에 강한 바람과 함께 세찬 비가 내리면서 올여름 장마가 시작됐다. 기상청은 어제 제주도 대부분 지역에 호우경보나 호우주의보를 내리고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 발생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만간 장마전선이 북상하면 남부와 중부 지방도 차례로 장마철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올여름이 평년보다 덥고 비가 많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장마철을 맞아 하천 범람이나 침수에 대비해 취약 지역을 점검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특히 짧은 시간에 국지적으로 강한 비가 쏟아지는 집중호우를 유의해야 한다. 이전의 장마 패턴과 다르게 종잡을 수 없이 갑자기 강한 비를 쏟아내는 ‘도깨비 장마’의 발생 가능성도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간 홍수 사례를 살펴보면 지하차도나 주차장 등 지하 공간에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충북 청주 미호강의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오송 지하차도가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잠기는 바람에 14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2020년 7월에는 부산시 동구의 초량 지하차도에서 침수사고가 발생해 세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2022년 9월에는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 여덟 명이 사망했다.

그런데도 전국 지하차도의 상당수는 아직도 침수 위험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하천 범람에 따른 지하공간 침수 대비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심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50~500년에 한 번 정도 올 수 있는 폭우에 침수될 우려가 있는 지하차도는 전국 182곳에 달했다. 이 중 159곳(87%)은 주변 하천의 물 높이가 얼마나 높아졌을 때 차량 진입을 통제할 것인지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갑자기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량 진입을 차단하는 시설이 없는 곳은 132곳(73%)이었다. 이런 지하차도 중 40곳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차량 진입 차단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지만 23곳만 지원이 이뤄지고 나머지 17곳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사원 지적 이후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이 필요한 조처를 했다고 하지만 쉽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한반도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제 장마철 집중호우 위험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봐야 한다. 흔히 자연재해를 ‘천재’라고 하지만 미리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대비를 소홀히 한다면 ‘인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관련 부처와 지자체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란 점을 명심하고 모든 재해의 대비에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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