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이화영의 낙장불입 반칙 [강주안의 시시각각]

강주안 2024. 6. 2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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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안 논설위원

전문 도박꾼이든, 아마추어든 고스톱을 하다 내놓은 패는 거둬들이면 안 된다. 이를 표현한 사자성어 ‘낙장불입(落張不入)’은 엄연히 국어사전에 실렸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선 ‘락장불입’이라고 쓴다는 설명까지 붙은 한반도의 룰이다.
연일 새 의혹이 나오는 채 상병 사건은 지난해 8월 군에서 경찰에 이첩했던 서류를 무르면서 사달이 났다. 사건을 되가져간 군도 황당하지만, 순순히 내준 경찰도 어이없다. 둘 중 하나만이라도 “낙장불입”을 외쳤다면 오늘 채 상병 사건 관련 입법청문회는 안 열렸다.


군, 채 상병 관련 무모한 자료 회수


더불어민주당도 낙장불입 파기에 명운을 걸었다. 대북 송금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재판에서 진술이 달라졌다.

이화영은 이재명 관련 진술 뒤집어


민주당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검찰의 회유 탓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이젠 이 대표 수사 검사를 탄핵하겠다고 벼른다. 이 중 엄희준 검사를 지목해 2011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도중 재소자들을 불러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공격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20240620

법조계에선 이 대표의 대북 송금 혐의 유·무죄를 예상할 때 한 전 총리 사례를 떠올린다.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던 한신건영 한만호 전 대표는 이후 법정에서 태도를 바꿔 “정치자금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 결과 1심에선 한 전 총리의 무죄가 나왔으나, 2심에서 검찰의 항변이 먹히면서 징역 2년이 선고됐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정에서 말을 바꿨어도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이 인정됐다.
그 사이 법이 달라졌다. 검찰에서 대북 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던 이 전 부지사가 재판 과정에서 말을 바꾼 구조는 한 전 총리 때와 흡사하다. 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면 검찰 조서는 증거 능력을 잃는 게 바뀐 형사소송법이다. 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한 전 총리 재판 이후 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이 대표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과거 진술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고 설명한다. 검찰이 다른 증거로 입증하지 못하면 이 대표는 무죄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민주당과 이 대표의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 부지사가 누구인가. 이 대표의 도지사 선거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고 ‘연정’부지사였던 명칭을 ‘평화’부지사로 바꿔가며 2인자 자리에 올랐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가까워 이해찬-이재명 교감의 상징으로 조명받았다.
이 전 부지사의 죄는 대북 송금 외에도 많다. 1억원 넘는 뇌물을 받았고, 2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인정됐다. 이 대표가 대북 송금을 몰랐다 해도 2인자의 비리가 드러난 만큼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도 법원을 협박하고 언론을 폄훼하는 적반하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의식한 언행으로 판단된다.
독일 출신 정치학자 얀-베르너 뮐러는 포퓰리스트의 정치 모델이 “시민을 최대한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민주주의 공부』). 제1당 대표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사회를 반목의 길로 끌고 가는 현실이다.


번복한 정부·야당 적반하장식 대응


폭주하는 야당의 자신감 기저에는 염치없는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깔려 있다. 휘하의 병사가 무모한 수색 명령에 참변을 당했는데도 당당하게 주호주 대사에 부임한 이종섭 전 장관이 대표적이다. ‘임성근 사단장 구하기’처럼 진행된 군의 이첩 자료 회수의 진상은 참사 1년이 되도록 오리무중이다. 오죽 답답하면 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마하는 수사전문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에 온 신경을 집중할까.
낙장불입 위반은 반칙이다. 우겨 봐야 싸움만 커진다. 이미 엎질러진 일이라 해도 분탕질로 넘기려 해선 곤란하다. 야당의 포퓰리즘도, 여권의 바보 흉내도 제 발등 찍기로 귀결될 뿐이다.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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