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국가경쟁력’의 실체
김영삼 정부의 경제 키워드는 ‘세계화’와 ‘경쟁력’이었다. 이는 김 대통령의 초기 연설 중 “우리는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와 미래로 나가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장에 함축됐다.
이 화두 아래 국가경쟁력이 주요 어젠다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내놓는 국가경쟁력 발표는 이전까지 단신으로 처리되다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신문 1면 머리기사로 크게 보도됐다. 두 기관의 국가경쟁력 순위에 정부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순위에 연연해 하는 행태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신설했다. 박근혜 정부 때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WEF 평가 가운데 한국 금융시장 발전도가 세계 140개국 중 87위로 뒤처졌다는 대목을 인용하곤 했다.
스스로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의 비교. IMD와 WEF가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의 결함이다. 두 기관이 매기는 국가경쟁력 점수는 설문과 통계를 합해 산정하는데, 설문에 훨씬 큰 가중치를 준다. 설문 답변자는 주로 해당 국가의 기업인이다. 해당 국가의 어느 해 국가경쟁력 중 개별 항목 점수는 시계열로서는 어느 정도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 점수를 다른 개도국 금융 점수와 비교하는 작업은, 마치 만족도가 89점에서 85점으로 낮아진 사람이 30점이었다가 35점으로 높아진 사람보다 순위가 낮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가 경제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는 국내총생산(GDP)이다. 국가 간 비교 지표로서 IMD와 WEF 국가경쟁력은 GDP와는 비교가 안 된다. 변화의 추이를 보면서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하면 그걸로 족하다. 최근 IMD 발표에서 한국이 사상 가장 높은 20위로 평가됐다. 조세정책을 비롯해 정부 효율성이 떨어진 점은 스스로 경계하고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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