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국가 협력처럼 포장…불법 거래·제재 무력화 노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명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유사시 군사원조 제공 등 1961년 조·소 상호방위조약 수준으로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방위 협력을 명문화했다. 정상 국가 간 협력 강화처럼 규정한 조항들이 사실은 군사정찰위성이나 핵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 북한 노동자 송출 같은 불법 거래를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한 포장에 가깝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조약에 따르면 양국은 군사안보 외에 경제나 기술에서도 교류·협력을 광범위하게 규정했다. 10조는 무역경제, 투자, 과학기술, 우주, 생물, 평화적 원자력, 인공지능, 정보기술 등 세부적인 분야를 언급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를 두루 포함한다. 대부분은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를 제대로 준수한다면 사실상 협력이 불가능한 항목이다. 우주 협력은 위성 기술 이전과 직결될 수 있고, 정보기술은 북한의 주된 돈벌이 수단인 사이버 해킹 기술 진전과도 무관치 않다. 향후 제재에 구애받지 않고 해당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걸로 볼 수 있다.
제재로 고통받는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양국이 회피의 영역을 확대해 제재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약은 ‘평화적 원자력 협력’이라고 했지만, 사실 우라늄의 농축 정도에 따라 무기급 여부가 달라지는 것과 같이 마음먹기에 따라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무역경제, 과학기술 같은 광범위한 분야로 협력 범위를 포괄한 것은 상대적으로 합의가 쉽고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선 양국 협력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전략·전술 무기체계 고도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경제와 민생 개선에 필요한 식량·에너지·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틀도 마련했다. “농업, 교육, 보건, 체육, 문화, 관광 등 분야”(12조)의 교류 및 협조 강화가 대표적이다. 교육·문화·관광은 러시아가 ‘비자 세탁’을 통해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 노동자 송출의 뒷문을 열어주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노동자 파견은 안정적인 외화벌이 수단이 필요한 북한과 극동 지역 개발 노동력이 필요한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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