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박세리’ 펑샨샨 “한국 골프 배우고 갑니다”

한국의 골프장을 찾은 중국의 골프 레전드 펑샨샨(오른쪽). 한국 여자대표팀 민나온 코치(왼쪽)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대한골프협회]

한때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중국의 프로골퍼 펑샨샨(35)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펑샨샨은 지난 16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오픈 대회장을 찾았다. 중국골프협회(CGA) 임원진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한국 골프계의 운영 시스템을 둘러봤다. 또, 한국의 남녀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끄는 김형태, 민나온 코치 등을 만나 체계적인 훈련 노하우 등을 습득했다.

펑샨샨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2008년 데뷔한 뒤 2021년까지 현역으로 뛰며 통산 10승을 달성했다. 한때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선 2회 연속 국가대표로 뛰며 중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펑샨샨은 2021년 7월 열린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갑자기 필드를 떠났다. 은퇴 선언도 하지 않은 채 돌연 사라졌다. 그러다 이듬해인 2022년 8월 LPGA 투어 동료들에게 “프로 생활을 딱 10년만 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10년째가 되던 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가 됐고 리우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 이후는 보너스나 다름없었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 편지를 보냈다.

은퇴 후 약 3년이 흐른 뒤 한국을 찾은 펑샨샨은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몸무게가 절반은 줄어들었다”고 했다. 펑샨샨은 “3년 전 은퇴한 뒤 몸무게를 많이 줄였다. 그사이 소중한 인연을 만나 결혼했고, 한 달 전 아이를 낳았다”고 근황을 밝혔다. 그는 또 “은퇴 후 선수 때 느낄 수 없었던 일상을 즐기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지내 행복하다. 주위에선 벌써 ‘아이를 골프 선수로 키울 것이냐’고 묻는데 내가 치열하게 선수 생활을 해서 그런지 그리 내키진 않는다. 아이가 원한다면 의논할 생각은 있다”고 덧붙였다.

펑샨샨은 은퇴 후 중국 국가대표 지도자로 변신했다. 출산으로 잠시 쉬었지만, 다시 후배들을 이끌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방한이 출산 후 첫 번째 공식 일정이라는 펑샨샨은 “올림픽에는 두 차례 출전했지만,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코치로서 후배들이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한국은 골프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다. 한국의 대회 운영 체계와 국가대표 훈련 방식 등을 잘 습득해 중국 골프의 저변을 넓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