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보다 나은 입주권…그곳에 가보세요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6.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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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뛰자 핫해졌다는데…

부동산 시장 불황에도 ‘수도권 청약은 로또’라는 말이 정설처럼 통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저렴하게 공급된 신축 아파트가 입주 후 주변 시세와 키 맞추기를 하면 적어도 수천만~수억원의 안전마진을 챙긴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분양가가 상승을 거듭하면서 이런 매력이 반감됐고, 수도권에서도 분양 흥행에 실패하는 단지가 속출하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서울에서는 한동안 외면받던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이 다시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조합원 입주권은 재개발, 재건축 구역에서 관리처분인가로 인해 취득한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다. 분양권은 아파트 분양에 청약해 당첨으로 취득한 권리를 말한다. 조합원 입주권이나 분양권은 아파트 그 자체가 아니라 아파트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다. 원칙적으로 조합원 지위는 양도할 수 없지만 재건축의 경우 1가구 1주택에 한해 10년 보유 5년 실거주하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예외 조항도 있다. 재건축 사업이 3년 이상 지연될 때 3년 이상 보유자도 매매 거래를 통해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서울 분양·입주권 거래량은 총 22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입주권이 152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재건축 공사가 한창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클래스트’ 공사 현장. (윤관식 기자)
둔촌주공에서만 올 들어 40건

반포선 멸실주택 200건 넘게 거래

단지별로는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을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이 40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입주권만 거래할 수 있어 매물이 제한적이지만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다. 분양권 전매제한은 풀렸지만 실거주 의무 2년 규정이 있어 분양권을 사고팔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는 28건 거래됐으며, 6월부터 집들이를 하는 강동구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가 17건,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1419가구)’가 13건 등으로 거래가 많았다.

이 통계만 보면 서울 내 입주권 거래량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알아둬야 할 점은 조합원 분양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멸실주택은 입주권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엄밀히는 ‘입주권 매매’가 아니라 조합원 지위 승계 개념이고, 토지 거래로 보는 것이 맞다. 아직은 입주권이 아닌 ‘멸실주택 토지’가 사고팔렸다는 얘기다.

올 들어 서울 대형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는 이런 멸실주택 토지 수백 건이 사고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 고공행진에 입주 가능한 신축 아파트가 귀해지면서 정비사업 조합원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토지 거래가 빈번해진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첫째 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만 토지 211건이 매매됐다. 주택이 멸실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중심으로 조합원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토지가 자주 손바뀜됐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총 5002가구 규모 ‘디에이치클래스트’로 탈바꿈한다. 일반에 분양될 물량이 2000여가구에 달하고, 일반분양가까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청약 경쟁률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합원 지위 확보에 나선 투자자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바로 옆 ‘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는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데 분양가가 3.3㎡당 6500만~6700만원 사이에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용 84㎡ 기준으로 22억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다. 다만 이미 조합원 물량이 전용 84㎡ 기준 40억원대 초반에도 거래되는 만큼, 당첨만 되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볼 거라는 기대감이 크고 청약 경쟁률도 치열할 전망이다.

반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 3월 재건축 단지가 마침내 착공에 들어가면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매매 가격이 더 올랐다”고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중대형 평형을 받을 수 있는 조합원 입주권은 대지권 기준으로 3.3㎡당 1억원가량, 소형 평형을 받는 입주권은 투자 금액 자체는 적지만 3.3㎡당으로 치면 1억원이 넘는다. 같은 지역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확률이 낮고 분양가는 높은 청약에 베팅하느니 추가 분담금을 부담하더라도 조합원 입주권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손님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기간 노원구 중계동에서는 토지 439건이 사고팔렸다.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지난 3월 15일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멸실주택 토지 매매가 대거 이뤄졌다. 재개발의 경우 관리처분인가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후반 서울 용산, 청계천, 안암동의 철거민들이 모여 형성한 마을이다.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았고 도로 사정이 열악해 개포동 구룡마을, 홍제동 개미마을 등과 함께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달동네로 꼽힌다. 2008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고 이듬해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손을 떼며 사업이 멈춰 섰다. 그러던 중 SH공사가 사업시행자로 변경되며 사업은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

18만7979㎡ 부지의 백사마을은 이제 노후·불량 건축물 등을 철거하고 총 2437가구(분양 1953가구, 임대 484가구) 규모 새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보상·이주와 철거 단계를 거쳐 내년 중 착공, 2028년에는 준공하는 게 목표다.

이외에 동작구 노량진동에서는 토지 127건이 거래됐다.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사업지인 노량진3·4·5·8구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조합원 입주권 토지 매매가 활발했다.

노량진·대방동 일대 73만8000㎡ 규모를 재개발하는 노량진뉴타운은 총 8개 구역 가운데 6개 구역이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상태다. 나머지 2개 구역 역시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됐다. 올해부터 차례로 공사가 시작돼 노량진 일대는 약 9000가구 규모 새 아파트 주거지로 탈바꿈한다.

3구역의 경우 규모는 노량진역 역세권인 데다 평지에 가까워 입지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정해두고 관리처분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손꼽히며 일부 가구에서는 한강 조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4구역과 8구역은 일찍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아둔 상태다. 7호선 장승배기역 역세권인 4구역(844가구)은 2019년 9월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선정했다. 8구역(1007가구) 역시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정했다. 8구역은 초역세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노량진역, 대방역 사이, 장승배기역, 서울지방병무청역 사이에 위치해 조금 걸으면 1·7·9호선과 신림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5구역은 평지는 아니지만 경사가 완만한 편이다. 재개발을 통해 최고 29층, 총 727가구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대우건설이 시공하며 단지명은 ‘써밋더트레시아’로 정해졌다. 올해 이주를 시작, 2026년 착공하고 282가구를 일반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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