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검토하겠다…북러 군사협력 규탄"

박태인 2024. 6. 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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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소피아 성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2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검토 방침을 밝혔다. 사진 대통령실

정부는 20일 외부의 침략을 당했을 시 서로 간의 군사 개입을 명시한 북한과 러시아의 ‘조(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규탄하는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에 대한 추가 독자 제재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안보 상황과 한·러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비살상무기만 지원해왔던 정부 방침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0일 오후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뒤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정부 성명을 직접 발표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북·러 조약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6.25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먼저 침략 전쟁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쌍방이 일어나지도 않을 국제사회의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력을 약속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과 규범을 저버린 당사자들의 궤변이요 어불성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어떠한 협력도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며,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의 대상임을 분명히 강조한다”며 “특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주도한 러시아가 스스로 결의안을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한 것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력과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락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조인됐다"라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푸틴 동지와 함께 조약에 서명했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 성명에 따른 추가 조치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살상무기 지원 원칙을 재검토하고, 대러 독자 제재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무기 지원 재검토가 어떤 뜻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태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는데, 그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무기 지원은 여러 옵션이 있고. 살상이나 비살상 따라 다르게 분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 쪽도 차차 아는 게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가장 아파할 부분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러 독자 제재와 관련해선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운송과 유류 환적에 관여한 러시아 기관 2곳과 북한 미사일총국, 제3국의 선박 4척과 기관 5곳, 북한인 8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와 관련해 합성수지 분야 등에서 243개 품목을 신규로 지정해 1402개 품목을 제재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모두 보고된 사안”이라고 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은 북·러 조약이 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에 인접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러 조약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조약 문안을 보면 침략을 당할 경우 ‘지체 없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며 “우리가 침략할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안보적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북·러 조약이 조·소 동맹의 복원이란 평가에 대해선 조약 4조에 적힌 ‘유엔헌장 제51조와 양국 법에 준하여’라는 표현을 “두 가지 완충장치”라 표현하며 “61년 조·소 방위조약에는 못 미치지만 동맹에는 가까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김정은 위원장만 열심히 동맹을 외치고 있어 해석의 여지가 있다.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은 북·러 조약 체결에 따른 군사적 도발 우려에 대응해 “NSC에서 군사대비태세 강화 필요성이 논의됐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러시아가 우크라나이나에 묶여있어 우리를 상대로 특별한 군사적 움직임을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조약에 의해 북한이 고무돼 경거망동할 가능성에 대비태세를 강화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 연습을 침공이라 규정해 악용할 우려와 관련한 질문엔 “그런 측면도 고려해 경계 태세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한·미, 한·미·일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선 “국가안보실장과 장·차관 등 고위급 인사간의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정부 성명 발표로 남북과 한·러 관계가 신냉전에 가까운 뉴노멀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 안보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고, 우크라이나가 이를 러시아에 사용할 경우, 또한 북한 급변 사태 시 우리가 북한으로 올라갈 경우 이를 침략으로 규정해 북·러 조약이 발동할 여지가 있다”며 “북·러 정상회담의 결과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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