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위 무상 보육 청사진…그러나 유보통합도 힘든 현실의 벽

서지원 2024. 6. 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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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한 어린이집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을 추진하면서 무상 교육·보육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관련 정책들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고위가 19일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통해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무상 교육·보육을 실현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돌봄 시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교육부가 발표한 유보통합의 청사진을 한 번 더 강조한 것이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유보통합은 올해 준비 작업을 마치고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하지만 안이 나온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재원 조달, 기관별 재정·인력 통합, 교사 자격 통일, 통합 모델 구축 등이 불투명한 상태다.


교육부 “매년 2조원 넘는 비용”…‘8조원’ 추산도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R&D글로벌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주형환 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재정 조달이다.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보 통합을 시작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기관 간 격차를 줄이고, 5세부터는 무상보육이 단계적으로 시행돼야 하는데 여기에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예산 규모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얼마가 소요될지 나름대로 계산은 있지만 예산 당국과 논의 중이라 말하기 적절치 않다”고 했다.

지난해 1월 교육부는 “기존 보육·육아교육 예산(2022년 기준 15조원)에서 마련하되, 2026년부터 연간 2조1000억~2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소요 예산은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에서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했다. 단계적 무상교육과 교사 처우 개선, 시설 환경 개선과 운영에 필요한 돈을 추정한 결과다.

시·도교육청의 계산은 다르다. 지난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나온 ‘유보통합 재원확보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선 “연간 8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2015~2019년 선행 연구 등을 기준으로 재정을 추계한 것이다.

지난해 1월 교육부가 발표한 유보통합 예산 추산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보육 업무 지자체→교육청 이관…“2학기 속도전”

각 지자체가 담당하던 보육 업무를 지역 교육청으로 옮기는 작업도 지역별로 편차가 큰 상태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기관별 관리체계 통합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 교육청 한 관계자는 “관련 법 없이는 교육청이나 지자체가 움직이기 어렵다보니 현재는 관련 인력이 각 기관 업무를 파악하는 정도로만 교류하고 있다”며 “2학기(하반기)가 급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유보통합과 관련해 제·개정이 필요한 법은 영유아보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지방교육자치법 등이 꼽히는데, 속도 조절을 주문한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고 있다.

조직 개편을 두고 갈등을 겪는 지자체도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정무부교육감 직제를 신설해 유보통합, 늘봄학교, 디지털·AI 기반 교육환경 구축 등 교육감을 보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교육단체들은 “학생 수가 적은데 명분이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 “6월 중 로드맵 발표하겠다”

이밖에 교육부가 지난 1월 “3월부터 30곳의 모델학교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계획은 선정 공고조차 나지 않았다. 또 다른 난제인 교사 양성체계 정비는 아직 논의도 시작 전이다. 현재 자격요건이 다른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 자격이 통합되는 데에 유치원 교사들은 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유치원 교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 교사 결의 대회'를 마치고 행진하면서 길에 누워 '다잉 메시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유보통합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지난 2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는 ‘2년 유예론’까지 나왔다. “지자체의 보육 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교육청의 사무 수행 계획과 교육지원청의 업무 실행 기반을 만든 후 법령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사 자격 기준과 양성체계, 시설 설립 기준 등에 관해 이달 중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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