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 사면초가… ‘사는 사람도 없고 원자재가도 떨어지고’

이호준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lhj0756@naver.com) 2024. 6. 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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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는 지지부진
비싸게 산 리튬, 싸게 팔아 손해 겹쳐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와 리튬 가격 하락 ‘이중고’로 실적 개선이 어려워지고 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약 37% 하락한 2859억원으로 집계됐다. SK온은 올해 1분기 331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2분기에도 2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 역시 전년 동기보다 15% 줄어든 3800억원으로 조사됐다.

배터리 업계 수익성이 나빠진 주된 이유는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급격히 꺾였기 때문이다.

20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전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 총 판매 대수는 313만9천 대로 전년 동기보다 20.4% 늘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만 56.2%인 176만5천 대가 판매되었고 한국·북미·유럽 전기차 시장은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만5550대로 전분기 대비 25.3% 줄었다. 아울러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차 연구기관 로 모션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전년 대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유럽(4%)·북미(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 가격 하락 역시 배터리 업계에 치명상이다. 리튬 가격이 계속 내려가면서 이른바 ‘역래깅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역래깅 효과’는 원재료 투입 후 실적까지 시차가 걸리는 현상을 말한다. 배터리 기업은 리튬 등 광물 가격 변동에 맞추어 배터리 판매 가격을 정하는 ‘판매가 연동제’를 활용한다. 배터리 기업은 리튬 가격이 오르면 저렴하게 구매한 후 비싸게 팔 수 있지만 반대로 리튬 가격이 떨어지면 이미 높은 가격에 구매한 리튬으로 만든 배터리 제품을 낮은 가격에 내놔야 한다.

20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19일 기준 리튬 가격은 1t당 9만1500위안(약 174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19일 30만5500위안(약 5800만원) 대비 70%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리튬 가격은 지난 4월 바닥을 찍은 뒤 채굴량 감소 영향을 받아 반등했다. 그러나 수요 부족에 빠지면서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주요 배터리 기업의 재무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막대한 설비투자가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S&P는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SK온 모회사)신용등급을 ‘BBB-’ 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5월에도 전기차 배터리 수요 확대 정체를 이유로 LG에너지솔루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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