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까지 품은 신세계…'수익성 개선' 방점 찍었나
SSG닷컴 신임 대표엔 영업본부장 최훈학 승진
G마켓 재무적 리스크 탈피 뒤 사업 확장 관측
SSG닷컴은 CJ그룹과 협력 극대화 위한 포석
신세계그룹이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설욕전에 나섰다. 이마트 산하 e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 대표 등을 포함한 경영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2021년 인수한 G마켓은 쿠팡과 네이버,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 적진에서 활동한 인물들을 전진배치했다. 지난 4월 승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100여일간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는 만큼 이번 인적 쇄신 승부수가 신세계의 e커머스 경쟁력을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신세계, e커머스 새 진용 갖춰
20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전날 G마켓 신임 대표로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고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을 거쳐 쿠팡 재무 임원으로 일했다. 신세계그룹은 또 G마켓 개발자 조직으로 설치한 테크(Tech) 본부의 수장으로 쿠팡 출신의 오참 상무를 영입하고, 최고제품책임자(CPO)에 해당하는 PX본부장에는 네이버 출신인 김정우 상무를 데려왔다.
SSG닷컴은 최준학 영업본부장(전무)이 대표로 승진했다. 그로서리와 물류 경쟁력 강화에 힘써온 최 전무가 대표를 겸직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D/I(데이터·인프라) 본부장직은 이마트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총괄을 맡고 있던 안종훈 상무가 맡았다. 그룹은 "CJ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플랫폼 물류 시스템 정비에 이어 주요 핵심 임원을 동시에 교체하는 완전한 변화를 선택함으로써 잠시 주춤하던 온라인 사업의 새로운 성장에 시동을 걸었다"고 했다.
CJ 손잡고 적장 앞세워 e커머스 재공략
이번 인사는 e커머스 사업에 대한 신세계그룹의 위기감을 잘 보여준다.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9% 성장해 90조원에 이른다. 이 기간 오프라인 시장 성장률은 3.7%에 그쳤다. 국내 유통산업에서 e커머스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49.2%에서 지난해 50.5%로 과반을 넘어섰다. 올해 4월 기준 온라인 비중은 54%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신세계 계열 e커머스 기업은 그동안 부진한 실적을 이어갔다. 2018년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물적분할한 SSG닷컴의 경우 연간 1000억원 웃도는 적자가 이어졌고, 2021년 이베이코리아로부터 인수한 G마켓도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32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30조원 넘는 매출액과 6000억원대 흑자를 달성했고, 알리바바그룹이 이끄는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e커머스 부문이 경쟁력을 강화해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와 같은 입지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신세계그룹 e커머스 부문이 오프라인만큼의 영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온라인 사업의 새로운 성장에 시동을 거는 동시에 대한민국 최고 유통 기업이자 시장 선도자로서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 회장은 ‘신상필벌’에 입각한 수시 인사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신세계건설 대표를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교체한 것이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1878억원에 달해 모기업인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을 이끌었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은 정두영 대표를 전격 경질하고,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부사장을 보냈다.
업계 "관리에 방점… CJ와 시너지도 위협적" 평가
다만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이번 인사가 e커머스 사업 '확장'보다는 '수익성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 신임 G마켓은 투자업계(IB)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통으로,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시절 알리페이 도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G마켓의 경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재무적 리스크를 우선 해결한 뒤 사업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신세계가 이번 인사를 통해 CJ그룹과 물류망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조차도 현재 물류망을 갖추는 데 수년간 큰 비용을 들여야 했다"며 "쿠팡에 못지않은 CJ대한통운의 물류망을 이용한다면 SSG닷컴 경쟁력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SSG닷컴은 쿠팡처럼 상품을 대규모로 직매입하고 대형 물류센터를 지어왔다. 하지만 3년 연속 1000억원대 손실을 보는 등 적자 폭이 커지자 물류망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CJ대한통운에 위탁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물류 경쟁력 강화에 힘써온 최 전무는 현 상황을 지휘할 최적의 인물이란 평가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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