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물가 ‘골인’ 英, 美보다 먼저 피벗하나…韓도 조기 인하 논란
지난달 영국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도달하면서, 캐나다와 유로존에 이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도 조기 금리 인하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이들 국가와 달리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직은 많다는 지적이다.
‘11.1%’였던 英 물가, 다시 ‘2%’로
20일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 올랐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뿐 아니라 통상적인 글로벌 통화당국은 이 ‘2%’를 목표 물가상승률로 잡는다. 영국이 목표 물가에 도달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확산하던 시기인 2021년 7월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한때 영국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률에 시달렸던 대표적 나라 중 하나였다. 특히 보복 소비와 높은 에너지 가격 등으로 지난 2022년 10월에는 전년 대비 CPI 상승률이 11.1%까지 치솟았다. 두 자릿수가 넘는 물가 상승률은 이후에도 5개월 연속 이어졌지만, 점차 안정되면서 약 3년 만에 다시 2%로 내려앉았다.
높은 서비스 물가에 ‘피벗’은 8월로
물가 상승세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영국도 미국과 상관없이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금리 인하 시점은 8월로 다소 늦춰질 거라는 게 대체적인 시장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아직 서비스 부문 물가상승률(5.7%)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물가 재상승 우려가 남아서다.
파울라 베자라노 카르보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근원 물가 지수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6월부터 물가 상승률이 어느 정도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韓 조기 인하 기대감 솔솔, 한은은 ‘신중 모드’
영국 역시 미국보다 조기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 일각에서는 한국의 물가 상승세도 어느 정도 잡힌 만큼,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근원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상당히 안정돼 금리도 인하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금리 인하는) 내수 회복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에도 함께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은은 신중한 입장이다. 가장 큰 우려 점은 환율이다. 한국은 대외 경제 개방성이 높은 데다, 중국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조기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약세가 심화할 수 있다. 최근 늘기 시작한 가계부채도 금리 인하를 고민하게 하는 대목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 상승률이 5월에 예상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가고 있지만, 물가가 타깃 수준에 수렴했다고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여러 의견을 듣고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조기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중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경로가 명확해지는 시점에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지금보다 좀 더 명확히 밝혀준다면, 그 기대감이 시장에 이미 먼저 반영될 것”이라며 “그런 금융 환경이라면 한은도 부담 없이 먼저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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