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北 가지 말라 요구"…시진핑 '못마땅한 속내' 드러냈다
북한과 러시아의 동맹 강화를 놓고 서방 언론에서 중국이 북·러 관계 강화를 떨떠름해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BC는 20일 '푸틴과 김정은의 우정을 판가름하는 진짜 실세는 중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러간 동맹 강화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고 전했다.
매체가 언급한 사례는 지난달 푸틴 대통령의 방중이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측은 러시아에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 뒤 곧이어 북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왕따'인 북한과 한 부류로 여겨져선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BBC의 설명이다.
중국이 북·러 관계 강화에 예민한 건 미국과 유럽의 압박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러시아에 부품 판매 등 지원을 중단하라는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는데, 시 주석은 이런 경고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고 BBC는 분석했다.
BBC는 "중국은 성장 둔화를 극복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과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면서 "시 주석은 국제사회에서 '왕따 국가' 취급을 받거나 서방 국가로부터 새 (경제적) 압력을 받길 원치 않기 때문에,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 적당히 힘을 실어주며 미국에 대항하는 연대를 형성하긴 하지만, 러시아의 활동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을 적으로 돌리는 걸 원치 않는다는 설명이다.
BBC는 또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담함'도 못마땅해한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강화하면서 도발할 수록,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갈등을 접고 미국과 방위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며 "긴장이 고조될수록 더 많은 미국 군함이 태평양 해역에 출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대담함'으로 한·미·일을 주축으로 한 '동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만들어지는 걸 중국은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은 북·러도 시진핑 '눈치 보기'
북한과 러시아도 중국의 경계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사회 제재에 가로막힌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사들이고 있는 유일한 동맹국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BBC는 "만약 상대가 김정은이 아니라 시 주석이었다면 푸틴 대통령은 몇 시간 늦게 도착해 상대방을 기다리게 하는 일을 감히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의 '지각 도착'을 꼬집었다.
BBC는 북한 입장에선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 필요로 한다고 봤다. 이 매체는 "북·러 양국 정상은 서로서로 필요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양국의 우정의 한계는 분명히 있고, 그것은 시 주석에게서 비롯된다"고 짚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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