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걱정돼 문자드렸어요"…스팸 문자 급증, 알고보니 해킹 탓
" “*긴급* 걱정되서 문자 드렸어요” "
직장인 이모(32)씨는 이 같은 제목으로 시작하는 주식 리딩방 문자 탓에 이달 초부터 매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팸 문자가 한 번도 오지 않는 ‘청정 번호’를 갖고 있다는 은근한 자부심도 빛이 바랜 지 오래다. 이씨는 “긴급이라길래 급히 확인했는데 스팸 문자여서 짜증이 솟구쳤다”며 “무방비로 얻어맞는 느낌인데 ‘되’가 아니라 ‘돼’라고 맞춤법이라도 지키면 화가 덜 날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윤모(35)씨도 지난 4월 말부터 같은 문구의 스팸 문자를 하루 3건씩 받고 있다. 윤씨는 “SNS에서도 리딩방 광고가 노출되는데 개인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넘어갔는지 몰라 더 불안하다”고 했다. 하루 6건까지 스팸 문자를 받은 고모(33)씨는 “부모님보다 리딩방 업자가 나를 더 걱정한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최근 공해(公害)에 가까운 스팸 문자로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접수된 스팸 신고 건수는 2796만건으로 전달 동기(1988만건) 대비 40.6% 증가했다. 특히 주식 투자, 도박, 스미싱 문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팸 문자 전송 방식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중계기 조작으로 가짜 번호를 만들어 보내는 식이라 개별 번호 차단도 소용없다. ‘쥬식’, ‘리딩뱡’ 등 한 글자식 바꿔 키워드 차단을 회피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데다 해킹된 개인정보 DB 거래가 다크 웹에서 이뤄져 단속 및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KISA에 따르면 스팸 문자의 주요 발송 경로는 대량문자 발송 서비스로 파악됐다. KISA는 또 최근 일부 대량문자 발송 위탁업체와 문자 재판매사가 해킹된 사실을 확인했다. KISA 관계자는 “통상 문자 재판매사 해킹이 한두 건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대규모 해킹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피해 규모 등을 정확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스팸 문자 발송률이 높은 문자중개사와 문자 재판매사의 법적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긴급 현장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2일 대량문자 발송 서비스를 하려는 사업자에게 심사를 거쳐 자격을 부여하는 ‘전송 자격 인증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은 “정부는 불법 스팸이 급증하는 현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으며, 관계부처 및 업계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KISA는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휴대전화에 ‘악성문자 필터링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KISA의 스팸신고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팸 문자를 자동 필터링하는 기능이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팸 문자 발송 경위를 규명해달라는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무더위는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 피할 수라도 있지만 스팸 문자는 피할 방법도 없다”며 “책임 있는 정부라면 대대적인 스팸 문자 예방과 소탕 작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근·이찬규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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