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혁 전도자에 대한 교계의 엇갈린 반응을 보면서

2024. 6. 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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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신중히 듣고 말해야 할 이유

김성영 목사(전 성결대 총장∙전 국가인권위원)

요즘 교계 일각에서는 이른바 ‘박혁 전도자 사역’에 대한 논의가 분분합니다. 필자는 박혁 전도자의 출생과 그간의 활동에 대해 자세한 내력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한국에서 태어나 해외에서 성장한 3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남미와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전도집회를 하다가 조국에 들어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요즘 교계는 박 전도자에 대해 이단 혐의를 가지는 견해와 침체된 한국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젊은 전도자라는 견해로 나누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소견을 갖습니다.

필자는 먼저 박혁 전도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유튜브에 실린 여러 편의 설교를 들어본 바로 그의 설교 주제는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로 영접하고 그분에게 내 삶을 드리자는, 예수님의 첫사랑에 나를 가두어 달라는, 성경적으로 무리 없는 예수 중심의 설교였습니다. 이런 그의 메시지에는 우리가 경계할 위험 요소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설교에 있어서 중요한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를 일관성 있게 전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특히 오늘날 한국교회 일부 강단에서 여전히 현세적인 기복설교나 설교자의 지식을 앞세운 현학적(衒學的) 설교가 행해지고 있음을 생각할 때 박 전도자의 예수 중심 설교는 원색적인 면이 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박 전도자의 메시지가 이 땅의 청소년에게 호소력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유컨대 오늘날 아이돌(우상)에게 빼앗기고 있는 다음세대를 예수님께로 인도할 복음의 BTS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그가 행하는 신유(神癒)와 축사(逐邪) 등 은사에 대해서는 예수님 당시와 초대교회에도 제자들이 복음전도의 방편으로 주님이 주신 각양 은사를 사용했으며(눅 10:1~20) 현대 한국교회사에도 은사를 통하여 많은 영혼을 주께로 인도한 여러 전도자들이 있음을 감안할 때, 박 전도자의 은사 활용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와 문화 환경이 다른 중남미 등 해외에서 행한 그의 은사집회를 영상을 통해서 보고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박 전도자는 은사의 활용을 극히 절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은사는 어디까지나 복음전도의 방편으로, 집회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은사는 하나님이 선물로써 주시기도 하고 거두시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하여 진지한 호소를 드립니다. 한국교회의 존경받는 원로들과 목회자들, 그리고 권위 있는 신학자들이 박혁 전도자의 사역에 대해 선입견 없는 리서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하라.”(약 1:19) 성령께서 야고보를 통하여 우리를 훈계하시는 말씀입니다. “듣기는 속히 하라”는 말씀에는 ‘준비된 자세로 신중히 들으라’는 뜻이 있고, “말하기를 더디하라”는 말씀에도 판단을 ‘신중히 말하라’는 뜻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인 1983년, 한국교회의 주류 교단이 조용기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그때 필자는 어느 기독교 주간지를 통해 ‘정죄와 판단은 하나님의 영역이므로 신중히 하자’는 논지의 긴급 시론을 감히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후 11년 만에 해당 교단이 조 목사에 대한 이단 규정을 해제하여 나름 보람을 느꼈습니다. 과연 조용기 목사는 한국교회사에 부흥의 획을 그은 세기적인 복음전도자로 수많은 영혼을 주님께로 인도하지 않았습니까.

지난날 한국교회의 아픔을 목도한 필자로서 오늘날 ‘박혁 전도자의 사역’의 대해서도 우리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마음으로 다시 붓을 들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그의 국내 사역을 지켜볼 인내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시대를 위해 박 전도자를 복음의 그릇으로 준비하셨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사명을 바로 감당할 수 있도록 교회가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복음을 전하러 조국을 찾아온 한 젊은 전도자의 인격에 최소한 상처를 주는 일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나무를 기르기는 어려워도 죽이기는 쉽습니다.

※외부 기고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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