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부동산PF 개선하려면 ‘자본확충’ 규제 필요…종합 DB 구축해야”
은행 충당금 높이는 간접규제 고려
리츠 육성해야…제3자 보증 폐지 주장
우리나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준이 현재 3% 수준이 가운데 자기자본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30~40%까지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제3자의 보증은 폐지하는 등 자본확충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국책연구원 주장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순주 연구위원은 20일 이같은 내용의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0조원 미만이었던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4년 만에 160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토지담보대출과 새마을금고 대출 등 유사 PF 대출을 포함하면 무려 230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20개 이상의 종합건설사가 파산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동산 PF는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에 위기를 초래했으나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PF의 근본적 원인는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로 대표되는 낙후된 재무구조에 있다.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일반적으로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한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빚을 내서 PF사업을 추진한다.
KDI가 최근 3년간(2021~2023년) 추진된 총액 100조원 규모의 PF사업장 300여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개별 사업장에 필요한 총사업비는 평균 3749억원이었다.
반면,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118억원(3.2%)만 투입하고 나머지 3631억원(96.8%)은 빌린 돈으로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자기자본비율은 33%였으며 일본(30%), 네덜란드(35%), 호주(40%) 등 주요 선진국들은 30∼40% 수준으로 이었다.
부동산 PF 사업은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고 위험하지만, 사업 주체 자기자본 투입은 적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선뜻 PF 대출을 내주기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시행사로부터 공사계약을 수주한 건설사가 PF 대출의 상환을 사실상 보증하며 책임준공확약이라는 약정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건물을 준공할 것을 약속한다.
공사 과정에서 시행사가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으면 건설사는 자체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준공을 해내야 한다.
책임준공확약에는 시행사가 PF대출을 미상환하면 건설사가 대신 상환한다는 조건이 부가된 경우도 많다.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낮거나 중소형 건설사는 부동산신탁사나 증권사가 보증을 서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선진국 부동산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은 30~40% 수준으로 높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자기자본을 통해 토지를 미리 확보한 후 공사비만 PF대출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차환 리스크가 없다.
또 해외 주요국에서는 시행사가 아닌 제3자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저자본·고보증 구조는 시행사의 영세화를 초래하고 사업성 평가를 부실화시키고 이른바 ‘묻지마 투자(no-question-asked-investment)’를 일으키며 대출의 거시적 변동성을 확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업과 금융업을 포괄하는 시스템 리스크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불가피하게 PF 대출을 보증하고 긴급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직간접적인 공적자금을 사용하게 된다. 시행사의 실패가 납세자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황 연구위원은 “ 부실이 발생하면 소규모 시행사는 이미 망하고 없다. 보증을 제공한 건설사가 대출을 모두 갚아야 한다”며 “일부 대형 건설사는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않은 건설사는 태영건설처럼 무너지고 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레고랜드 사태처럼 PF 대출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투자자는 손실을 입고 채권 발행사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자기자본비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건설사 등 제3자의 보증은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자본확충 규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규제에는 시행사가 PF 대출을 받을 때 일정 수준의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하도록 하는 ‘직접 규제’와 금융사가 PF 대출을 공급할 때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간접 규제’가 있다.
연구위원은 일률적인 직접규제는 지양하고 사업자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간접규제를 지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사업 주체가 총사업 가치 대비 최소 15%의 자기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해당 사업에 대한 대출을 ‘고위험 상업용 부동산(High-Volatility Commercial Real Estate)’ 대출로 분류하고 은행이 일반 기업 대출에 비해 대손충당금(또는 은행자본)을 1.5배 더 쌓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런 규제로 주택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 상업용 부동산부터 규제를 도입해 점차 주거용으로 넓혀가자고도 덧붙였다.
간접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REITs)를 부동산 PF 문제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리츠는 이미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받고 있고 주식의 30% 이상을 일반 청약에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과도기적으로는 먼저 다소 약한 수준의 자본확충 규제를 도입해 시행사가 스스로 자본을 확충하거나 지분투자자를 유치할 필요성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자본확충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위원은 “부동산 PF 종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향후 모든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사업장별·회사별 재무 및 사업 정보 그리고 사업 완료 후 성공 여부와 수익성에 대한 정보를 상시로 수집해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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