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러더스, 한국영화 투자 재개 움직임... '인턴' 신호탄 되나

이선필 2024. 6. 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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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무산됐던 <인턴> , 리메이크로 한국 영화 시장 다시 두드릴 듯

[이선필 기자]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에서 차무식 역을 맡았을 당시 배우 최민식.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할리우드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영화 시장 투자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 국내 개봉했던 영화 <인턴>의 한국판 리메이크가 그 시발점이다. <인턴>은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 주연으로 노년의 인턴 사원이 전도유망한 청년사업가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개봉 이후 36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면에서도 성공했다.

워너브러더스는 해당 작품의 한국 리메이크를 국내 제작사와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고, 2019년경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범죄도시>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과 배우 최민식이 의기투합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워너브러더스가 2020년 말 한국 사업에서 철수를 발표하며 제작이 무산됐다. 이후 강 감독과 배우 최민식 등 배우들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날 시리즈인 <카지노>로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투자 재개 방식 변화

이런 상황에서 <인턴>의 리메이크 이야기가 수면 위로 등장한 건 올해 3월경이다. 판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본사에서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직을 수행한 바 있는 최재원 현 엔솔로지 스튜디오 대표에게 프로젝트 재개를 논의한 것. 최재원 대표는 워너브러더스의 한국 영화 투자 사업 철수 후 김지운 감독 및 배우 송강호와 공동으로 지금의 제작사를 설립하고 김지운 감독의 두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인 <더 홀>(편해영 작가 소설 원작) 등의 제작을 추진 중이다.

지난 18일 <아시아경제>는 엔솔로지 스튜디오가 <인턴> 판권 문제를 해결하고 김한결 감독을 필두로 배우 최민식 주연 버전의 리메이크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워너브러더스가 리메이크 판권을 한국 제작사에 넘긴 바 없기 때문. 감독과 배우 또한 확정된 상황도 아니다.

최재원 엔솔로지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현재 시나리오 수정 작업에 있다"며 "김한결 감독은 지금 다른 제작사와 계약 기간이 남이 있는 것으로 안다. 여성 감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배우 최민식의 출연이 유력한 것은 맞지만 확실하게 계약서를 쓴 상황도 아니다. 최재원 대표는 "2019년 때와 많은 게 변했기에 시나리오 수정이 필요하고, 최민식 배우님도 시나리오가 나오면 검토해보기로 했다"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했다.

<인턴> 리메이크 프로젝트가 재개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산업이 침체기 돌입한 요즘, 할리우드 직배사가 투자 카드를 만지고 있다는 정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이하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 독립영화 제작 지원과 지역 영화제 관련 예산이 크게 삭감되며 한국영화산업 펀더멘털 약화 문제가 심심찮게 지적되는 가운데 할리우드 직배사 투자가 재개된다면 대중영화 제작 쪽에선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워너브러더스의 행보가 미치는 영향
 
 영화 <밀정>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워너브러더스는 할리우드 직배사 중에서 세 번째로 한국영화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한국영화가 급성장하면서 2016년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에 직접 투자하며 본격적인 투자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인랑>(김지운 감독), <마녀> <브이아이피>(박훈정 감독), <싱글라이더>(이주영 감독) 등 블록버스터급과 중저예산 영화를 고르게 제작하며 한국영화 시장 다양성에도 나름 일조해왔다.

하지만 <밀정>(750만 관객)과 <마녀>(318만 관객)를 제외한 다른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면서 사업이 주춤하게 됐다. 특히 230억 원이 투입된 <인랑>이 89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타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OTT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워너브러더스 모회사 워너미디어가 소유한 HBO 맥스 사업에 집중하는 등 영화 사업에 악재가 겹치며 결국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이후 워너브러더스는 이미 투자 및 제작이 완료된 영화 <내가 죽던 날>(박지완 감독), <조제>(김종관 감독), <이웃사촌>(이환경 감독)을 비롯해, <죽여주는 로맨스>(이원석 감독) 등을 차례로 공개한 뒤 더 이상 신규 투자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마녀2>는 국내 투자 배급사 NEW와 수익 배분 및 로열티 협상을 통해 일부 권한을 넘기는 식으로 계약을 진행했다.

아직 본격적인 투자 재개라고 보기엔 어렵다. 한국지사에 투자배급 전담팀을 꾸리기보단 미국 본사의 지휘 하에 한국 제작사들과 협력 관계로 가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관계자 또한 <오마이뉴스>에 "<인턴> 리메이크나 본격적인 투자 재개 등에 대해서 그 이상 할 이야기는 없다"면서 "(2020년에 철수한) 투자 전담팀이 한국지사에 다시 생긴다거나 공식화한다는 사실을 공유받은 건 아직 없다"고 답했다.

할리우드 직배사의 이런 행보가 한국영화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이십세기 폭스도 한국영화 투자 사업에 진출하며 영화 <곡성>(2016)으로 재미를 봤지만 <나의 절친 악당들>(임상수 감독), <대립군>(정윤철 감독),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김지훈 감독) 등이 흥행 실패 및 월트디즈니컴퍼니와 합병하면서 2020년경 철수한 바 있다. 빠르게 변하는 콘텐츠 시장 환경에서 드라마 투자 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기에 신중한 행보지만 이런 직배사의 행보는 한국영화산업에 꽤 유의미한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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