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금융채무 한 번에 조정…정부, 취약계층 재기지원
채무조정 신청 다음날 추심 중단
취약계층 원금 최대 90% 감면
10년 장기상환도 가능
성실 상환 유도위해 고용·복지 연계
"최대 37만명 채무자 혜택"
앞으로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대상에 통신채무가 추가돼 금융채무와 함께 조정받을 수 있다. 취약계층의 경우 통신채무 원금의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일정 기간 성실하게 채무를 납부한다면 통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실질적인 재기를 위한 신용관리 서비스나 고용·복지 연계 등 종합지원도 제공된다.
금융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신용회복위원회·통신업계는 5개월간 협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의 ‘금융·통신 취약계층 재기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원활한 사회복귀를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선 21일부터 신복위 금융·통신 통합채무조정을 통해 채무 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8~9월 중 첫 채무조정 지원이 실시될 예정이다. 현재 신복위는 금융채무만 채무조정할 수 있으며 통신요금 및 휴대폰결제 대금 등 통신채무는 조정할 수 없었다. 해당 조정을 받아도 통신사에 별도로 채무자가 신청해야 5개월 분납 지원만 가능했다.
금융채무와 함께 통신채무도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통합채무조정’이 시행되면서 채무조정 신청 다음 날 추심이 즉시 중단된다. 통신사에 별도로 신청할 필요 없이 신복위에서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한 번에 조정받을 수 있다. 채무자에 대한 소득·재산심사 등 상환능력을 고려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하고 장기분할 상환(10년)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최대 90% 감면을, 그 외 일반 채무자의 경우 통신 3사에 대한 채무는 30% 일괄 감면해주며 알뜰폰 사업자·휴대폰결제사에 대한 채무는 상환 여력에 따라 0~70% 감면된다. 통합 채무조정에 따른 채무를 3개월 이상 성실히 상환하면 연체된 통신 채무를 모두 납부하지 않아도 통신 서비스 이용이 재개된다.
통신 채무조정자에 대한 고용·복지 연계로 성실 상환을 유도하고 실질적인 경제적 재기도 지원한다. 신복위는 고용·복지 연계와 신용관리 등 복합지원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채무자가 근로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고용전담창구를 통해 국민취업지원제도, 내일배움카드 등 고용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구직 노력이 확인되면 취업촉진지원금(최대 50만원)을 지급하고 취업 후 일시 완제 시 추가 감면(원금 15%)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정상적인 금융생활로의 복귀를 위해 재무관리 방법 등 신용상담·관리를 실시한다. 성실 상환으로 신용점수가 오르면 신용도 개선 격려금(50만원) 등도 주어진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한 생계·주거·의료 등 복지지원제도도 제공한다.
고의연체자·고액자산가 등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조사·심의·채권자 동의 3단계 심사를 통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대책도 마련됐다. 국세청과 연계해 채무자 재산·소득 등 상환능력을 객관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신복위 내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에서 채무조정안의 적정성을 심의하며 채권자 동의에 의해 채무조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당국은 이번 대책으로 최대 37만명의 통신 채무자(채무총액 500억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채무조정 사각지대에 있던 취약계층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등 경제적 재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복지재원 소요 등 사회적 비용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민금융통합센터를 방문해 통신 채무조정 상담이 이뤄지는 현장을 찾았다. 센터 상담직원들과 그간 통신 채무조정에 대한 수요, 신복위 방문자들의 애로와 통신 채무조정 시행에 대한 기대효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안을 통해 채무자가 스스로 일어나서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디지털 심화 시대에 통신서비스가 일상생활의 필수재인 점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통신채무가 발생한 취약계층의 재기를 지원하고자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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