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파트 공사도 멈춰…엔저 장기화에 중기·가계 타격

이아미 2024. 6. 2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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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수퍼 엔저’가 장기화하면서 일본 가계와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선 아파트 건설 공사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엔저로 원자재 수입가격이 비싸지면서 공사비가 대폭 상승한 영향이다. 20일 일본건설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주요 건설 원자재 가격은 2021년 대비 약 30% 뛰었다. 여기에 땅값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분양된 도쿄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처음으로 1억엔(약 8억7600만원)을 넘어섰다.

일본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도 울상이다. 도쿄상공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업 도산 건수(부채 규모 1000만엔 이상)는 전년 동월 대비 42.9% 늘어난 1009건에 달했다. 도모다 노부오 도쿄상공리서치 정보본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력 부족으로 수지 압박을 받아 자금난에 시달리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각종 생필품 물가도 고공비행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숙주나물 1봉 가격이 종전 20~30엔에서 30~40엔으로 올랐다. 원료인 중국산 녹두 생산량 감소와 현지 생산비 상승, 엔저로 인한 비용 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 계란 역시 수입해 오는 닭 사룟값과 물류비용이 오르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

일본 국민 간식인 타코야키가 야키니쿠(고기구이)보다 비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수입 냉동 문어 가격이 와규보다 비싸져서다. 닛케이는 일본 도요스 시장의 냉동 문어 도매가격이 ㎏당 1600엔대로 10년 전과 비교해 약 2배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고급 외식 메뉴인 A2 등급 와규 도매가는 ㎏당 1550~1600엔 수준이다.

임금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임금은 줄고,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 악순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일본의 1분기 개인 소비는 전 분기보다 0.7% 감소해 네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네 분기 연속 감소는 2009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15년 만이다. 일본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전 분기 대비 0.5% 감소(연율 환산 1.8%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 지출을 줄이고 창고 선반엔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 상장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대기업은 호황이다. 아사히는 "현지 생산하는 주요 대기업들은 차를 팔든 부품을 사든 수익을 엔화로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어 환율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 짚었다.

일본 교토의 유명 관광지 '청수사' 주변이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EPA=연합]

극심한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에 고통을 호소하는 일본인과 달리 외국인도 엔저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일본 부동산 매물을 중국어로 소개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와타나베 신헤이는 "도쿄 롯폰기 주변의 경치 좋은 방은 대부분 중화권 사람들이 사고 있다"고 아사히에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달러와 유로를 휘두르는 외국인이 부유한 삶 사는 반면, 약한 엔화만 보유한 대부분의 현지인은 적은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두 개의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본 재무부는 지난달 엔화가 달러 대비 평균 155.48엔에 거래돼 전년 대비 14.9% 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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