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람보르기니 운전자·동승자·경찰 폭행 변호사 집유 확정

최석진 2024. 6. 2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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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가까운 시간 술에 취해 도로 한가운데에 서 있다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람보르기니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를 폭행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한 30대 변호사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법상 운전자폭행,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박모씨(39)의 상고심에서 박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재물손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2년 8월 26일 오후 11시25분경 술에 취해 서울 강남구의 한 4차선 도로의 3차로 한가운데에 서 있던 중 A씨(29·남)가 몰던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승용차가 우회전해 자신을 향해 진행하자 차량 조수석 쪽으로 다가가 조수석에 앉아있던 B씨(22·여)를 향해 욕설을 하며 열려있던 창문을 통해 B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는 등 폭행했다. 지나가던 행인이 박씨를 말렸지만 박씨는 계속 B씨에게 달려들어 손으로 B씨의 머리카락을 잡아 흔들다가 귀를 때리는 등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A씨가 B씨를 보호하기 위해 감싸 안자 박씨는 A씨의 팔을 수차례 때리는 등 폭행했고, 그 과정에서 차량의 조수석 문과 사이드미러, 우측 바퀴, 엔진룸 부분 등을 손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 칠이 벗겨지고 흠집이 나게 했다. 사고 발생 뒤 차량 수리비만 4000만원이 넘게 나왔다.

잠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두 명의 경찰관이 B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차량을 발로 걷어차고 있는 박씨를 말렸지만, 박씨는 이를 뿌리치고 계속 B씨를 때리려고 했다. 결국 경찰관들이 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자, 박씨는 반항하면서 두 명의 경찰관의 머리를 발로 여러 차례 걷어차는 등 폭행했다.

1심 법원은 박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술에 취해 지나가던 승용차의 운전자에게 시비를 걸며 때리고, 승용차를 걷어차고, 출동한 경찰관들을 폭행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특히 정당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해하는 공무집행방해 범죄는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박씨가 앞서 술에 취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이 같은 범죄를 반복해 저지른 사실을 지적하며 양형에 참작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경찰관들에 대한 폭행의 정도가 약하지 않고, 피고인이 이미 2021년 7월경 '술에 취해 도로에 나와서 차를 막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고, 순찰차의 안전칸막이를 수회 걷어찼다'는 범죄사실로 2021년 11월 벌금형의 선처를 받았음에도 9개월 만에 유사한 범행을 반복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한 점과 경찰관들을 포함한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반의사불벌죄인 B씨에 대한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B씨가 지난해 7월 26일 처벌불원서를 접수함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했다.

2심 법원은 박씨의 형을 감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1심 판결에 항소하며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주장했다.

먼저 재판부는 'A씨의 차량 취득가액 등을 고려할 때 차량 손괴로 인한 피해액이 3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는데, 재산 피해액을 4037만원으로 인정한 것은 1심 판결은 잘못'이라는 박씨의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A씨가 운행하는 차량을 손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 도장이 벗겨지고 흠집이 생긴 사실은 인정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견적상 산출된 4037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모두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같은 원심의 사실오인은 재산적 피해액의 산정에 관한 것이지 손괴죄의 유무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며 사실오인 주장을 1심 판결을 파기하는 사유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박씨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합계 6000만원을 지급해 재산적 손해의 전보를 위해 노력했고, 경찰관들에게도 수차례 찾아가 사과한 점, 이에 범행의 피해자들과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모든 양형요소를 참작해 보면 원심의 양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박씨는 실형은 면했지만, 이번 판결 확정으로 변호사법에 따라 변호사 등록이 취소됐고, 1년의 집행유예 기간이 지난 뒤에도 향후 2년간은 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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