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 원조' 새 조약 공개... 외신 "냉전 이후 가장 강력"

윤현 2024. 6. 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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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러, 이념 아니라 미국에 대한 반대로 결속"

[윤현 기자]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을 보도하는 AP통신
ⓒ AP
 
북한과 러시아가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난 19일 평양에서 서명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을 20일 공개했다.

총 23조로 이뤄진 조약에서 양국은 제4조에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명시했다. 

이는 1961년 북한과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 제1조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소 동맹조약 제1조는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연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상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명시한 바 있다. 

소련이 1990년 9월 남한과 수교하고, 이듬해 8월 소련이 해체하면서 이 조약은 1996년 폐기됐다가, 북한과 러시아가 다시 관계 회복에 나서면서 사실상 동맹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서명 하루 만에 조약 원문 공개... 의도는?

북러가 이번 조약의 근거로 제시한 유엔 헌장 제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조처가 있을 때까지 개별적 및 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전날 언론 발표에서 구체적인 조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상호 지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다가, 김 위원장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동맹"을 언급하지 않아 양측에 온도 차가 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회담이 끝나고 하루 만에 조약 전문을 대외에 공개하면서 이러한 의문을 불식시켰다.

AP통신은 "한반도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한국과 미국, 일본의 합동군사훈련이 주기적으로 강화되면서 수년 만에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라며 북러의 이번 조약은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최근 풍선을 이용해 한국에 대량의 오물을 보내고, 한국이 대북 확성기를 재가동하는 등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10년간 서방과 대립하면서도 북한 핵무기를 해체하거나 억제하는 프로젝트만큼은 미국과 협력해 왔다"라며 "그러나 이마저도 끝나게 됐다"라고 전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 될 것"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번 조약은 의심할 바 없이 냉전 시대의 안보 보장이 부활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러시아는 포탄, 북한은 첨단 군사기술이라는 상호 거래적 필요에 기반한 것"이라며 "북러는 냉전 시대처럼 이념으로 단결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서방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반대 의식으로 결속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지원이 한국전쟁 이후 미국 국가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깊이가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다시 살아난 북러 관계는 유럽과 아시아, 미국 본토의 안보를 약화시킨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 전쟁 같은 중요한 이슈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이번 북러 회담 결과에 중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라며 "푸틴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직접 위반할 수 있는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은 점이 일본을 둘러싼 지역 안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심각히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푸틴 대통령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낸 것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라면서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면서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계획의 폐기를 요구한다는 방침은 변함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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