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폭포 소리가…" 물벼락 맞은 신축 아파트, 무슨 일
한밤중 대구 북구의 한 신축아파트 옥상에서 물이 쏟아지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사고가 발생했다. 달서구 신축 아파트의 ‘계단 도둑 공사’ 논란에 이어 하자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입주민은 “더는 시공사를 믿을 수 없다”며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20일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9시 16분 북구 고성동 A 아파트 104동에서 엘리베이터가 44층에 멈춰 1명이 갇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장비 3대와 인력 8명을 투입해 엘리베이터에 갇힌 30대 남성을 24분 만에 구조했다. 사고 원인은 아파트 옥상의 상수도관 누수로 인한 정전으로 추정됐다. 소방당국은 옥상 물탱크를 잠그고 펌프차로 새어 나온 물을 처리했다.
이날 옥상에서 새어 나온 물이 아래층까지 쏟아지면서 주민들은 물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대구 북구 전자민원창구에는 이 사고와 관련된 각종 민원이 접수됐다. 지난 19일 오후 5시에는 “입주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무서운 물난리를 겪었다”며 사고 영상과 함께 민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전 세대가 폭포 소리 같은 물벼락을 지켜보며 밤을 지새웠고, 입주민과 경비원이 물을 손으로 쓸어 냈다”며 “신축아파트에 물 누수 하자라니 안전을 믿을 수가 없다. 대구시에서 외부점검위원단을 꾸려 검사해달라”고 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이미 여러 차례 양수기함 내부에서 누수 흔적을 발견하는 등 전조현상이 있었다”며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입주민은 A아파트 준공 허가를 내준 대구 북구를 지적했다. A아파트는 앞서 한차례 하자 문제로 준공 승인이 반려됐다. 지난 4월 25일 아파트 외부로 나가는 빗물과 오수를 받는 집수정이 좁게 설계됐다는 문제가 적발돼 북구가 ‘보완’ 명령을 내렸다. 다만 북구는 "누수 이외에는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입주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다음날 ‘임시사용승인’을 내렸다"고 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시공사 측은 “시설 교체와 보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대구에서는 최근 신축 아파트 부실 공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와 주민 등은 최근 자재값이나 인건비 상승 등이 부실 아파트 발생 요인으로 보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들어서는 한 아파트는 한밤중 ‘도둑 공사’ 의혹이 제기됐다. 비상계단 층간 높이 규격을 맞추기 위해 공사 업체가 계단을 몰래 깎아냈다는 주장이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계단 층과 층 사이 유효 높이는 2.1m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아파트 일부 계단 층간 높이는 1.94m이었다. 결국 2.1m 기준에 맞추려고 공사업체가 계단을 16㎝가량 깎아냈다는 게 입주 예정자들 주장이다.
무리한 보수 공사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시공사는 비상계단 일부를 철거하고 재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입주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또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는 화장실 문과 변기 간격이 너무 가까워 변기가 문에 닿거나, 입주 시 배설물 등 오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또 대피 공간 문 열림 폭이 41㎝에 불과한 등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무더기 하자와 부실이 계속 발견되는 상황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자체·관계기관과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전국의 준공 임박 아파트 단지 23곳을 특별점검하기도 했다. 이 점검에서 1000여 건의 하자가 확인됐으며 국토부는 사전점검 시 발견된 일반 하자는 사용검사 또는 입주 후 180일 이내에, 중대한 하자는 90일 이내에 조치하도록 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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