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차별-학대가 농담이고 유머?…우루과이 벤탄쿠르 옹호→전세계 팬들 뿔났다
(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우루과이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저지른 인종차별적 발언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우루과이 팬들은 과잉 반응하지 말라며 이것은 농담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나라 팬들은 이런 것이 문화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벤탄쿠르는 지난 15일(한국시간) 우루과이의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에 출연해 손흥민과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을 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방송 진행자는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냐고 부탁했고 벤탄쿠르는 "쏘니?"라고 물었다.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것도 괜찮다고 하자 벤탄쿠르는 웃으며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은 똑같이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이 발언이 SNS에 퍼지며 논란이 되자 벤탄쿠르도 자신의 SNS를 통해 곧바로 사과했다.
벤탄쿠르는 "쏘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라며 "내가 널 정말 좋아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나 다른 사람들을 상처 주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알 거야. 사랑해 쏘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있었다. 벤탄쿠르가 올린 사과문에 쏘니는 흔히 사용되는 'SONNY'가 아닌 일본 회사 이름인 'SONY'였다.
벤탄쿠르의 발언과 관련해 격렬한 논쟁이 붙고 있다. 우루과이 팬들은 "그것은 우리의 유머이고 그 외에는 농담이다", "우루과이에서는 나쁜 의도가 전혀 없는 아주 흔한 말"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일을 키우지 말라고 하고 있다.
다른 나라 팬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런 것이 문화가 될 수 없고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것이다.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이 농담이라는 우루과이 팬의 반응에 한 팬은 "그들의 문화와 인종차별적 개념은 너무 부드럽다"며 인종차별을 농담으로 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인종차별을 당한 손흥민의 인생을 거론하며 벤탄쿠르의 발언은 농담을 넘어 손흥민에 대한 학대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영국 '풋볼 런던'의 토트넘 전담 기자 알레스데어 골드도 말을 보탰다. 그는 "이거는 정말 멍청한 발언이다. 악의적이거나 비하의 의도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발언만 놓고 보면 인종차별적인 발언의 형태를 띠고 있다"며 "어떤 국적, 인종에 대해 말할 때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면 이는 틀림없이 인종차별이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토트넘 팬들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손흥민과 벤탄쿠르가 누구보다 가까운 동료였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벤탄쿠르가 2022년 1월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하며 연을 맺었다. 벤탄쿠르는 손흥민이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안와골절상을 당하자 누구보다 먼저 그를 위로했고 주장 손흥민도 벤탄쿠르가 지난해 십자인대 부상으로 8개월 만에 복귀하자 그를 뜨겁게 안아줬다.
토트넘의 대응도 아쉽다는 평가다. 손흥민이 과거 여러 차례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와는 행보가 다르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손흥민이 크리스털 팰리스, 첼시와의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당하자 경기가 끝난 뒤 다른 팀보다 신속하게 입장을 발표했다. 토트넘은 인종차별에 강하게 대응할 것이며 선수를 보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팀 내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해도 너무 조용하다.
토트넘 팬들도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토트넘 팬들은 토트넘이 올리는 게시물마다 "인종차별을 위한 공간은 없다", "구단은 왜 침묵하냐? 입장을 발표해라", "구단은 주장 손흥민에 대한 존중이 없다" 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나섰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우린 손흥민의 편에 서며 다시 한번 소셜미디어 회사와 당국에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손흥민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학대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토트넘은 다음 달 27일 일본 빗셀 고베와의 친선 경기를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를 돈다. 이후 한국에 방문해 31일 팀 K리그와 경기를 치르고 8월 3일 바이에른 뮌헨과 마지막 경기를 하고 아시아 투어를 마친다. 팬들은 구단이 아시아 투어를 할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트넘의 무대응이 오히려 팬들 간의 싸움만 부추기고 있다. 농담이라며 일을 키우지 말라는 팬들과 농담이 될 수 없고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하는 팬들의 싸움이 SNS에서 격하게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NS, 토트넘 홋스퍼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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