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성 서울 중구청장 "명동, 뉴욕 타임스스퀘어급으로 만들 것"
"임기 후반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에 집중"
중구는 교육에 투자 많이 하는 도시
“최근에 주민들한테 구청장이 바뀌고 나서 여러 가지 일한 것 중에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물었어요. 그랬더니 남산자락숲길에 데크가 깔려서 아주 걷기 좋은 길이 된 걸 최고로 꼽으시더라고요. 남산 고도제한이 완화된 게 지역의 숙원사업이었기 때문에 저는 그걸 꼽을 줄 알았어요. 우리 구 공무원들도 남산 고도제한 완화가 압도적으로 가장 큰 성과였다고 자평했거든요.”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은 이 사례를 소개하면서 당장 눈 앞에 펼쳐지는 현장과 미래의 모습에 대해 느끼는 주민들의 체감도를 유의 깊게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남산자락숲길이 정비되면서 아주 걷기 좋은 길이 되니까 주민들이 바로 가서 놀랐고, 당장 자신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니 인상 깊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기 전반기에는 중구의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후반기에는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동네별로 어떤 사람들이 많이 사는지, 주민들이 어떤 것을 더 갈망하는지 필요한 사정을 정확하게 조사해서 거기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려고 한다”면서 “그런 조사를 통해 주민 실생활에 가깝게 다가가는 그런 정책을 선보이고 실행하려고 조사하고 있고, 우리 공무원들이 몇 달째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명동을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급 거리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올해부터 10년간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대기업 사옥 등 명동 대형 건물에 LED 전광판 16개와 거리미디어 76개를 조성하고, 여기에 새로운 K-콘텐츠를 입히겠다는 계획이다.
김 구청장과의 취임 2주년 인터뷰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3가 라비두스에서 진행됐다. 하우스 웨딩홀이 있는 이곳 역시 남산고도제한 완화의 수혜를 입은 장소다.
- 명동을 뉴욕 타임스스퀘어 급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명동 옥외광고물은 새로운 K-콘텐츠로서 관광문화와 산업을 선도할 것이다. 지난달 출범한 ‘명동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민관합동협의회’는 명동의 전광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명동에 새로운 관광 문화를 이끌 것이다. ‘명동 스퀘어’*라는 이름을 가진 명동의 자유표시구역은 새로운 K-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
미국의 타임스스퀘어에서 전광판은 독특한 콘텐츠로 작동하고 있다. 화려하고 거대한 전광판을 보러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새로운 문화와 산업이 발달했다. 중구가 하려는 작업은 단순히 대형 건물에 옥외광고물 한두 개를 만드는 수준이 아니다. 전광판을 새로운 ‘매체’로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대형 전광판 16개에서 동시에 같은 영상이 나오거나 16개의 영상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명동거리 전체가 몰입감과 압도감으로 물들 것이다. 거대한 알림판, 길거리 영화관, 미디어 아트 전시관, K-팝이 펼쳐지는 뮤직비디오, 연말연시 카운트 다운 등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가능하다.
*명동 스퀘어 - 대한민국을 빛나게 할 4개의 광장을 품은 명동이란 뜻. 이곳에 옥외 미디어가 하나둘 모이며 4가지 빛을 내는 광장이 자리하는 등 명동이 더 밝고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한 곳이 될 것이라는 의미.
- 도심의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지역경제에도 많은 영향이 있을텐데. 문화콘텐츠 확충이나 관광활성화 정책은.
▲명동, 서울시, 대한민국을 알리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명동 스퀘어는 광고만 있는 공간이 아니다. 콘텐츠의 20%는 공익적인 성격을 띤다. 수익 일부를 기금으로 확충하고 있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글로벌 기업들도 홍보하는 세계적인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명동에 새로운 K-문화가 탄생하면 명동을 찾는 관광객의 ‘니즈’도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지난달 ‘명동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민관합동협의회’가 출범했다. 명동 스퀘어의 컨트롤타워가 될 곳이다.
올해 하반기에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를 직접 가볼 예정이다. 그곳에서 옥외전광판을 어떻게 컨트롤하고 운영하는지 어떻게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게 했는지 등을 보고 배우려고 한다.
- 구청장 임기 4년 중 이제 2년이 지났다. 후반기에는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전반기에는 도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일상에 작은 행복들을 안겨주고 싶다. ‘언제나 든든한 내편 중구’라는 슬로건은 일상에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세밀한 행정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중구를 ‘숲세권’으로 조성해 매일 걷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이웃 간 갈등을 조정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최근 남산까지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는 무장애 숲길을 조성했다. 주민들은 “중구가 숲세권이 됐다”며 매우 좋아했다. ‘일상의 작은 만족이 쌓이면 그것이 바로 효능감이 있는 삶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개념처럼 중구 어디서든 남산자락숲길에 15분 안에 닿을 수 있도록 접근로를 동별로 조성하고 지도로 제작해 배포할 것이다.
- 중구 인구가 12만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적다.
▲도심에 사는 사람들이 제일 아쉬워하는 게 교육 문제다. 그래서 중구는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한다. 올해 중구 학생 1인당 교육기관 보조금이 82만원으로 서울 최고 수준이다. 중구의 초등 돌봄 정책 역시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건비와 프로그램 운영비, 간식과 저녁 식사까지 지원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거주 환경이다. 중구로 이사 오고 싶어도 살만한 집이 많지 않은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인구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 낙후된 도심을 살리고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규모 있는 공동주택단지가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도심에 있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에 묶여 점점 노후화되기만 했다. 남산고도제한 완화와 도심재정비에 매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앞으로 신당 10구역에 1423세대, 중림동 398번지에 791세대, 신당8구역 1213세대가 들어오면 중구에 더 활력이 생길 것이다. 거주환경이 좋아지면 사람이 돌아올 것이다. 좋은 학교와 학원가 같은 교육인프라도 저절로 따라붙게 된다.
- 직접 소통을 중시한다. 주민과의 만남 때 어떤 점이 어렵고 어떻게 해결하나.
▲구청장을 만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보통은 악수만 하고 간다. 이렇게 해서는 주민들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그룹 모임을 자주 갖는다. 구청장을 2년 했으니, 웬만한 민원에 대해서는 다 안다고 믿고 있지만 현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의견도 자주 나온다. 아주 사소한 이야기라도 그것을 계기로 주민들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선호하는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주민들은 일단 자기가 처한 환경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에서 균형감을 잃기 쉽다. 그래도 일단 경청한다. 구청장이 진심으로 끝까지 집중해서 귀 기울이고, 그 후에 구정을 꾸려가는 어려움을 진솔하게 이야기할 때 주민들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현장에서 그런 경험을 많이 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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