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포괄적 동반자 협정 체결 "침략 당하면 상호지원"

윤현 2024. 6. 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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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획기적 문서"... 김정은 "양국 관계 발전 분수령"

[윤현 기자]

 북러 정상회담을 보도하는 미국 CNN 방송
ⓒ CNN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와 동맹을 복원했다며 북러 관계 격상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19일 북한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포괄적 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partnership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언론 발표에서 "이날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정치, 무역, 투자, 문화, 안보 분야까지 포함한다"라며 "무엇보다도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문서"라며 "북러 관계를 장기적으로 심화시키기 위한 목표와 지침이 마련됐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합동군사훈련이 "북한에 적대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북한은 국방력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보장하며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만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는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북러 간의 새로운 동맹이 "양국 관계 발전의 분수령"이라며 "정치와 경제, 문화, 군사 등 여러 방면에서 상호 협력을 확대해 두 나라의 진보와 인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보다 훌륭한 전망적 궤도에 올라서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협정은 평화적이고 방위적"이라며 "지배와 종속, 패권과 강권이 없는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합의문 공개 안 해... 푸틴 "동맹" 언급 없어 '온도 차' 

이번에 체결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양측이 군사 개입 여지를 열어두면서 군사 협력을 더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한 조·소 동맹조약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합의문 전문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가 김 위원장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동맹'으로 직접 규정하지 않는 등 온도 차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AP통신은 "지금으로서는 협정의 세부 내용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냉전 종식 이후 북러 간 가장 강력한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CNN 방송도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김 위원장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서방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서로 군사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셈"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것이 만약 집단방위 협정이라면 러시아의 핵 억지력이 북한까지 확장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것인지, 두 나라가 합동군사훈련을 하고 국경 방어를 위한 합동군까지 창설할 것인지 등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아 중요한 의문을 남겼다"라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두 나라의 협정에 대해 "전 세계적인 핵무기 비확산 노력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한때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과 이란에 유엔 제재를 가하는데 미국과 함께했지만, 그 시대는 끝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막으려는 노력을 약하게 만들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 특히 한국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을 방문한 첫 주요국 원수로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며 "북한은 러시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재래식 무기를 공급할 수 있고, 기꺼이 공급할 의향이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전했다.

미 국무부 "양국 협력 강화, 누구나 우려할 흐름"
 
 북러 정상회담을 보도하는 미국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강화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세계적인 비확산 체제를 지지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러시아의 잔혹한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우려할 흐름"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북한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여러 차례 공격하는 데 사용한 탄도미사일 등 무기 및 물자를 북한이 러시아에 이전하고 러시아가 조달한 것은 구속력 있는 안보리 결의를 분명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NHK 방송은 "북러 군사 동맹의 부활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협정은 일본의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라며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무기 거래와 에너지 지원 등이 횡행할 우려가 있는 데다가 한미일과의 진영 갈등을 추구하는 북한이 더 대담하게 군사 도발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미일로서는 결속을 강화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 악화를 원치 않는 중국을 얼마나 끌어당길 수 있느냐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하루 일정의 국빈 방문을 마치고 다음 순방지인 베트남으로 떠났다. 앞서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19∼20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은 금수산 영빈관에서 양측 대표단이 배석한 확대 회담을 1시간 30분 이상, 일대일 회담을 약 2시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다음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바란다"라면서 양국 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북러 정상회담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기를 바란다"라고도 말해 정상 간 교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할 때까지 김 위원장의 배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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