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KIA 알드레드는 왜 투수판 가운데를 밟을까

배중현 2024. 6. 20. 0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팔각도 낮아 왼손 스리쿼터에 가까운 유형
1루쪽 투수판 밟는 게 유리할 수 있지만
24.4%인 투심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법
"밸런스에 맞게 투수판을 밟는 게 중요"
지난 14일 수원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한 알드레드가 투수판의 가운데를 밟고 투구하고 있다. KBS N 스포츠 방송 캡처


외국인 투수 캠 알드레드(28·KIA 타이거즈)의 '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드레드는 KBO리그 첫 2경기 등판에서 모두 투수판(pitcher's plate)의 가운데를 밟고 투구했다. 투구 시 지렛대 역할을 하는 투수판은 밟는 위치에 따라 투구 궤적 등이 달라진다. 보통 오른손 투수는 3루 쪽, 왼손 투수는 1루 쪽 투수판을 밟는다. 알드레드처럼 투수판의 가운데를 활용하는 선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의 투구 유형을 보면 다소 의외다.

팔 각도가 낮은 알드레드는 왼손 스리쿼터에 가깝다. 만약 1루 쪽 투수판을 밟고 던진다면, 왼손 타자 입장에선 흡사 등 뒤에서 공이 날아오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알드레드의 두 번째 등판(14일 수원 KT 위즈전)을 중계한 장성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1루 쪽을 밟고 던지는 게 알드레드 투구 폼에 최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알드레드는 투구시 양 어깨가 위로 올라가는 인버티드W 유형이다. 릴리스 포인트도 낮아 사실상 스리쿼터에 가깝다. KIA 제공


그렇다면 알드레드가 가운데 투수판을 밟는 이유는 뭘까.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등판마다 조금씩 (투수판 밟는 위치가) 다르다"는 전제하에 "투심 패스트볼(투심)을 던지려면 1루보다 가운데를 밟을 때 더 편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투심'이라는 구종이다. 왼손 투수가 던지는 투심은 왼손 타자 기준 몸쪽, 오른손 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향한다. 1루 쪽이 아닌 가운데 투수판을 밟고 던지면 왼손 타자 몸쪽을 좀 더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 오른손 타자 상대로는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궤적을 기대할 수 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알드레드의 투심 비율은 24.4%. 포심 패스트볼(직구·35.4%)을 더하면 패스트볼 계열이 전체 투구의 절반 이상이다.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왼손 투수는 오른손 타자를 많이 상대한다. 그러면 (투구) 기준이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일 수 있다"며 "알드레드처럼 패스트볼 계열이 50% 넘어가면 주 무기가 슬라이더(31.1%)라도 왼손 타자를 잡겠다고 굳이 1루 쪽 투수판을 밟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스리쿼터에 가까운 투구폼은 그 자체만으로 왼손 타자에 까다롭다. 1루 쪽 투수판까지 밟아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투수판 가운데를 활용해 약점을 보완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정재훈 KIA 투수 코치는 "알드레드가 미국에서 (투수판의) 이쪽(1루)도 저쪽(가운데)도 다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왼손 타자 상대로 스위퍼(슬라이더)만 계속 쓸 게 아니라 투심도 던져야 하니까 그런 걸 고려한 결과물이지 않을까 한다"며 "1루를 밟고 던지면 스위퍼가 좋아지겠지만, 투심을 던지는 게 불편해지니까 중앙을 밟는 거 같다"고 말했다.

투수판의 위치만큼 중요한 건 투구 밸런스다. 오른손 투수인 윤희상 해설위원은 선수 시절 3루 쪽 투수판을 밟고 투구했다. 그는 "(알드레드 같은 유형의 투수는) 1루 쪽 투수판을 밟으면 손(릴리스 포인트)이 더 안 보이지만 팔을 끄집어내서 스트라이크존에 넣어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오른 어깨가 더 빨리 열려 밸런스 측면에서 안 좋을 수 있다"며 "자기 밸런스에 맞는 투수판을 밟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