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평가·M&A 활성화' 저축은행 구조조정 신호탄

임철영 2024. 6. 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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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기대 못 미쳐"…PF연체율 11%
평가등급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가능
M&A 규제 완화로 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한 '옥석가리기'로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위기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경영실태 점검과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검토 등 각종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약 13년 만에 주요 저축은행의 움직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를 기초로 이달 말 저축은행 3곳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한다. 경영실태평가란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자본·자산·수익성·유동성·경영관리·위험관리 등 경영상태를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부실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다. 금감원이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저축은행을 상대로 경영실태평가를 가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 문제가 생겼다면, 최근에는 부실자산이 늘면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업계 연체율은 2021년 말 2.5%에서 올해 1분기 말 8.8%로 크게 뛰었다. 특히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4.4%에서 올해 1분기 11.1%로 급등했다. 이와 달리 지난 1분기 전체 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14.4%로 법정 기준인 7~8%를 크게 웃돌았고 유동비율 역시 192%로 100%를 상회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이 저축은행 대상 경영실태평가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나섰다. 이 원장은 전날 은행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저축은행들의) 연체율 상승 관리 상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부실채권 정리 등 적극적인 건전성 관리 노력을 위해 경영실태평가를 가동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축은행을 상대로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해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 요인은 없다는 확신이 있고 다른 금융사나 업권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심리적 불안감 증폭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 경영실태평가 대상 저축은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2개 분기 연속 건전성에서 취약 등급을 받은 저축은행을 경영실태평가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이 20%를 웃돌 경우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 경영실태평가 대상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 3곳은 지난해 12월 말 금감원으로부터 3월 말까지 건전성을 개선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결정을 고금리 장기화, 경기침체에 따른 연체율 증가, 부동산 PF 부실 등의 영향으로 저축은행에 대한 선제적 조치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행보로 풀이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자금조달, 연체율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면서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시장 상황이 길어질수록 비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경영실태평가에 나서면서 평가등급이 종합 4등급 이하로 떨어지는 등 건전성이 크게 나빠진 일부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적기시정조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적기시정조치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경영 개선 권고·요구·명령 등을 부과하는 것이다. 경영개선명령을 통해 영업양도·합병 등으로 금융사를 퇴출할 수도 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금융당국의 부실 저축은행 정리 방침이 저축은행 M&A 활성화 방안과 맞물리면서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수도권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금감원 내부 관리 기준(10~11%)보다 높아도 M&A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저축은행이 부실화되기 전에도 M&A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7월 ‘저축은행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안으로 M&A 규제를 한 차례 완화했지만 현재까지 M&A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M&A 혜택이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도권 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7% 미만으로 떨어져 적기시정조치 대상일 때만 규제 완화 적용이 가능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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