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미래]박희영 용산구청장 "마·용·성은 지났다…이제는 용산 원톱 시대"
구청은 주민·정부·서울시 연결하는 가교
개발 과정서 주민 소외 없도록 노력
용산개발, 유동인구 변화까지 살펴야
파급효과 고려한 치밀한 설계 필요해
종합교통체계 개선·인구변화 용역 진행
‘서울의 한복판.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300만㎡ 규모의 공터’ ‘한강변 대표 부촌으로 조성될 111만205㎡ 규모, 1만2466가구가 들어설 재개발 사업지’ ‘100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 미국 뉴욕 맨해튼 최대 복합개발지인 허드슨 야드의 4.4배,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의 4.5배인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 도시. 총공사비 51조원’.
이 모든 ‘팩트(fact)’는 한 곳을 가리킨다.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모두 ‘서울 용산’ 얘기다. 이런 게 설마 이뤄질까 생각했지만, 어느덧 현실이 되고 있다. 대통령실 이전 이후 용산어린이정원 개장 등 단계적 개방에 속도가 붙었다. 용산공원 주변에 산재해 있는 캠프킴, 유엔(UN) 군사령부, 수송부 등 18만㎡ 부지의 개발도 실현 단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시는 다음 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을 고시한다. 6000여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한남동 일대 한남3구역은 이미 90% 가까이 이주를 마쳤다.
용산 개발 지금부터가 시작
지난 14일 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제는 한강벨트 ‘마포·용산·성동’이 아니라 용산 원톱 시대가 됐다"면서 "용산 개발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했다. 용산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형 국책사업이거나 서울시의 행정 역량과 자원 집중이 필요한 사업들이 많다. 박 구청장은 "구청은 이 지역에 사는 주민, 중앙정부, 서울시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정책 공조를 통해 이 땅을 지켜온 주민들이 개발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권한을 가진 사업이 많다고 해서 용산구가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누구보다 지역을 잘 알기 때문에 입안권자로서의 자치구 역할과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사업 성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용산구는 국제업무지구 내에 국제학교와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입지 계획에 반영되도록 먼저 나섰다. 주변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 종합교통체계에 대한 대안도 챙겼다. 박 구청장은 시가 지난 4월 발표한 삼각지 고가도로 철거와 왕복 4차선 지하차도 조성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고 했다.
10년 후 용산 인구는 지금의 두 배
박 구청장은 "용산 개발은 다른 지역의 개발과는 성격과 규모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니 그것에 맞게 조직을 꾸렸고, 직원들의 수고도 그만큼 크다고 했다. 구는 지난해 초부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총괄TF 팀장은 부구청장이, 실무TF 팀장은 도시관리국장이 맡고, 관련된 10개 부서가 참여한다. 이 TF는 개발지 내 각 분야의 종합 검토와 사업단계별 소통창구 단일화, 구민 의견 검토 등 개발계획 수립단계부터 구민의 불편 사항까지 선제적 검토 역할을 하고 있다. 전략도시개발팀을 신설해 도시개발과 관련한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도록 한 것도 서울시와의 유기적 소통을 위해 취한 조치다.
박 구청장은 "구비 6억원을 들여 ‘종합교통체계 개선 및 관리방안 수립용역’을 진행하고, 이번에 ‘인구변화 대응 연구용역’을 시작한 것도 용산개발이 갖는 파급효과를 고려한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은 그곳의 정주 인구 변화뿐 아니라 그보다 더 넓은 주변부 개발과 유동인구 변화까지 살펴야 한다"면서 "이 외에도 용산공원 개방에 따른 유동인구 변화, 관광객 유입, 한남뉴타운·이촌동 재건축으로 인한 인구 변화 등 살펴야 할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박 구청장은 "올 연말 용역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전망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10년 후 용산의 인구는 지금보다 두 배 많은 40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용성’ 아니라 이젠 ‘SKY’
박 구청장은 "지금 가장 눈에 띄는 건 국제업무지구지만 주변부의 굵직한 개발도 눈여겨봐야 용산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 도중에 ‘SKY’라는 신조어를 내놨다. 그 뜻은 대학이 아니라 서초·강남·용산(SKY)을 의미한다고 했다.
국제업무지구 동측 용산역 전면과 국제빌딩주변 개발은 막바지이지만 서측과 남측, 북측은 아직 삽도 제대로 들지 않았다. 서측 산호아파트는 50층 이하로 높여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바로 옆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 부지는 미래형자동차와 모빌리티 연구소 신축공사가 진행된다. 한강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이에 위치한 빗물펌프장 주변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고, 빗물펌프장 정비구역 남측 이촌로는 주거복합시설 조성을 위한 정비계획안이 다음 달 공람공고된다.
북측 용산전자상가는 서울시가 발표한 ‘용산 메타밸리’ 구상에 따라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한 디지털·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신산업 거점으로 개발된다. 경부선 철도와 한강대로 사이 신용산역 북측도 2개 구역으로 나뉘어 개발된다. 국제업무지구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서부이촌동은 신속통합기획 사업을 추진 중이고, 흉물로 자리 잡은 증산시범아파트는 본격적인 시유지 매각 협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용산은 경부선, 경의선, 중앙선 등과 같은 철도망과 한남대로, 한강로, 원효로 등 도로 연결망이 우수하다. 그러나 지상철도로 인해 동서 단절이 심하고, 미군기지의 영향으로 교통축이 틀어졌다. 박 구청장이 용산 발전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를 교통 문제로 꼽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구청장은 "용산의 미래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서울시에서도 자치구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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