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해외부동산 공모펀드, 기다리면 손실 줄어들까
미국 오피스 공실율 올해 정점 찍고 안정화 기대
반등 시기 의견 엇갈려…선별 접근 필요
고금리 장기화와 공실률 급증 영향으로 미국과 유럽 내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해외부동산 펀드 투자자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펀드는 보유 부동산을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투자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펀드 만기 연장에 동의하고 있지만 원금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하와 공실률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내년부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순자산은 2조497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8.7% 감소했다.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순자산은 2016년 1월 8880억원에서 2022년 1월 4조3011억원으로 커졌지만,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2년 6개월 만에 40% 이상 줄었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만기는 통상 5∼7년이다. 2018~2019년에 설정한 해외부동산 펀드 투자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최근 손실 우려가 커진 '이지스 글로벌 부동산 투자신탁 229호(파생형)'도 2018년 10월 설정한 펀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전이었던 2018년만 해도 유럽 상업용 부동산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바탕으로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매각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자산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졌다. 2022년부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했다. 금리가 오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유럽지역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줄었다. 감정평가 가격보다 싸게 내놓은 매물만 거래가 간간이 이뤄지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 사무실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소매와 산업용 건물 거래량도 각각 25%, 26% 줄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2년 2분기 이후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체 상업용 부동산은 고점 대비 12%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업용 부동산 수익률을 가늠할 수 있는 자본환원율(Cap. rate)과 시장금리의 스프레드가 상당히 축소됐다"며 "이는 투자심리 개선을 요원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만기 연장 등 대책 마련 분주
유럽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 손실이 커지면서 펀드 운용사는 만기를 연장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가치 평가액 하락으로 담보인정비율(LTV) 상승이 이어지면서 대출계약 캐시 트랩 또는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라 리파이낸싱 시, 이자율 상승으로 수익률 저하 등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기가 있는 프로젝트 펀드는 영속형 대형펀드와 비교해 문제해결 대안이 제한적"이라며 "대출을 많이 받은 부동산일수록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차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부동산에 투자한 일부 펀드의 경우 설정 당시 기준가 대비 손실률이 50%를 웃돌기도 한다. 부동산을 매각하고 펀드를 청산하기 전까지 손실 규모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원금 회복을 바라기에는 부동산 경기가 녹록지 않다. 이지스 글로벌 부동산 투자신탁 229호와 관련한 특수목적법인(SPC) 도산 절차가 개시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현지 법무법인과 대응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지 법원에서 선정한 도산관재인이 자산 매각을 주도하면 약 1~2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지스 글로벌 부동산 투자신탁 229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심업무지구(CBD)에 있는 오피스빌딩 '트리아논'을 매입한 뒤 운영수익 및 자산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부동산펀드다. 현재 독일 부동산 시장 상황과 대출 금리 등을 고려하면 매입 당시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설정 당시 기준가 대비 평가손실률이 80%가량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2019년 설정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도 손실 규모가 큰 펀드 가운데 하나다. 손실률이 68%에 달한다. 보유 부동산 매각을 시도했으나 잠재 매수자를 찾지 못했고 만기일을 2029년 5월로 연장했다. 대출 금리 상승이 불가피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는 것도, 헐값에 매각하는 것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공실률 회복 기대…내년엔 반등 기대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고 원금 손실 규모가 줄어들기만을 바라고 있다. 해외부동산 경기가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데에는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한다. 다만 반등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공실률이 내년에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공실률은 결과를 발표하는 부동산 컨설팅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올해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이 재택근무보다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면서 공실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기준 미국의 사무실 복귀율은 2020년 1월 대비 61%다.
한세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하반기 이후에 미국 오피스 공실률 정점을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공비와 금융비용 부담 등의 이슈로 신규 오피스 공급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CBRE에 따르면 올해 말 미국 오피스 시장 평균 공실률은 지난해 대비 약 1.6%포인트 오른 19.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는 미국 오피스 전국 평균 공실률은 20.2%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이전보다 7.70%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했다. 미국 일부 지역은 공실률이 이미 15%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 부동산 시장은 전체 사모부동산 딜 규모의 74%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김미숙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초 미국의 기준금리가 5.5%로 동결된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은 지역, 자산별 차등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해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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