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신화](중)본격화 한 유럽의 견제…뚫을 비책

양낙규 2024. 6. 2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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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방산 골드러시 시대' 열려
유럽 등의 견제 뚫기 위해 틈새시장 공략해야
신규 시장 발굴, 공동개발 등 활성화 해야

세계 방산시장이 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방산 수출시장이 활짝 열렸다. 이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중동 국가와 대만,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무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야말로 '방산 골드러시 시대'다. 전문가들은 K-방산이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말한다. 신규 수출 주력 제품을 발굴하고 권역별 방산 수출 거점 국가를 확대해 보다 도전적인 전략을 펼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무기 구매국들이 요구하는 성능·품질·가격과 신속한 납기 능력을 갖춘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방산시장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2023∼2032년) 전 세계 국방 예산은 기존 전망치보다 2조달러(2600조원), 무기 획득예산은 6000억달러(780조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시장규모는 더 커졌다. 미국은 탄약류와 미사일 재고 부족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고,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와 같은 주요 무기 수출국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따른 자국 전력 공백을 보충해야 해 수출할 여력이 없다.

전 세계 국방예산 10년간 2600조원 규모 성장

우리 군은 지난해 미국의 요청에 따라 155mm 포탄 55만 발 등을 포함한 한반도 전쟁예비물자(WRSA-K)를 미국에 제공했다. WRSA-K는 미국이 1974년부터 5년 동안 한반도 전시상황에 대비해 한국에 가져온 탄약을 말한다. WRSA-K 탄은 우리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어 미국이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어렵다. 다만, WRSA-K 탄이 바로 우크라이나에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일단 미군 비축분으로 채워 넣은 뒤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이어 미국은 포탄을 생산하는 국내 방산기업과 계약을 한 뒤 우리 군에 갚는 방식이다.

K방산의 유럽수출량이 늘어나자 유럽이 견제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K방산 견제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노르웨이는 차기 전차 사업에서 한국의 K2 ‘흑표’ 전차 대신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 전차를 구매했다. 올해 영국은 차기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별도의 입찰 공고도 내지 않고 독일 KMW(크라우스-마파이 베그만)사의 ‘RCH 155′를 선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록히드 마틴, 레오나르도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K9 자주포 수출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현지 사격 평가 등 경쟁 절차도 거쳐보지 못했다. K-9 자주포가 품질과 가격, 제반 능력 등에서 우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라 고배를 마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K방산 유럽 진출에 EU국들 견제 목소리

EU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유럽방위산업전략(EDIS)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유럽산 무기 비중을 현재 20%에서 50%로 늘리고 무기 공동구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에서 유럽연합(EU) 의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리는 미국산 무기와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대응해 왔다. 유럽의 자주국방을 위해 유럽산 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유럽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책임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주권과 자율성을 구축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방산 전문가들은 유럽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중국의 무기 시장 점유율 하락에 따른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무기 시장 점유율은 2013~2017년 대비 2018~2022년 각각 6%포인트, 1%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10여년간 미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튀르키예, UAE 등 15개국에 구축한 권역별 방산 수출 거점 국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기존 주력 수출제품인 전차, 자주포, 경공격기, 천무 외에도 현궁, 탄약류, 비궁, 군수지원함 등 신규 제품을 수출할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동개발도 주문했다. 유럽과의 공동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임해 장기적으로 분위기를 다시 바꿀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A), 공급망안보협정(SoSA)을 통해 미국과 주요 무기체계를 공동 개발·생산하고 주기적인 방산 공급망 조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방산기업 관계자는 "국내 방산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의 이런 움직임은 리스크 포인트"라면서도 "우려보다는 현재의 성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U가 역내 방산 시장을 키우려는 계획은 역외 비중 축소보다 무기 체계 부족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방산 수출 품목·지역 다양화가 관건

자금이 풍부한 중동국가들과의 공동개발도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6세대 전투기(스텔스 기능을 넘어 인공지능, 유·무인기 복합 기능을 장착한 전투기) 공동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형 전투기인 KF-21(4.5세대)를 기반으로 추진할 계획인데 성사될 경우 세계 항공 수출시장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6세대 전투기 개발에 공동개발국가를 찾지 못하는 사이 다른 나라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은 지난달 6세대 전투기를 공동개발하기로 ‘글로벌 전투 항공 프로그램(GCAP)’ 조약에 서명했다. GCAP는 초음속 성능과 레이더 탐지 능력을 대폭 강화한 전투기를 2035년까지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유럽에선 이미 독일의 주도 아래 프랑스, 스페인이 함께 6세대 전투기 ‘미래 전투 공중 시스템 (FCAS)’을 개발 중이다. 2029년에 첫 시험 비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외교적 협력과 전방위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목표하는 2027년 ‘글로벌 방산 수출 4대 강국’ 진입을 위해서는 글로벌 방산 골드러시 시대의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한 보다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시장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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