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가는 당신의 사망을 징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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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개편 논의가 뜨겁다.
우리는 상속세가 가진 본연의 목적 즉 부의 세습이 야기하는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갖가지 비효율과 부정적인 인간 행태의 왜곡을 예방하는 중간 어디쯤으로 이 제도를 이동시켜야 한다.
우리는 상속세가 가진 건강한 취지 그리고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부작용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논의에 나서야 하며, 합리적 결론은 상속세에 대한 솔직한 이해와 인정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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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기능과 부작용 직시하여
새로운 제도 마련에 나설 때
상속세 개편 논의가 뜨겁다. 온갖 경제 현상의 왜곡을 초래하는 폭력적인 이 제도의 폐기 내지는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놓쳐서는 안 될 기회가 우리에게 다시 주어졌다.
상속 욕구는 인간 본성이다. 세금은 이를 억제한다. 인간의 본능과 거꾸로 가려는 제도는 비효율을 초래한다. 공산주의가 이기심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설명은 설득력 있다고 김승욱 중앙대 명예교수는 책 ‘국가의 약탈, 상속세’에 썼다. 많은 나라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줄이고 있는데, ‘부의 세대 간 이전’이라는 인간의 자기 보존 본성을 존중하는 게 효율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상속세는 두 번째 세금이다. 재산 형성 과정에서 소득세로 한 번, 소유자의 사망 시점에 한 번 더 징수한다. 상속세를 가져갈 때 국가는 그 소유자에게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다. 상속세를 국가의 불로소득 혹은 ‘사망세’라 부르는 이유다. 현재 벌어지는 수많은 부정적 경제 행태의 상당수가 상속세에서 비롯된다. 대주주가 주가를 낮추려고 노력하는 해괴한 일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 범죄도 대부분 상속세 때문에 벌어진다. 특정 제도가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처벌하는 것뿐 아니라 제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의심을 해야 한다.
상속세는 부의 축적을 향한 노력과 성공을 징벌한다. 소설가 복거일이 ‘상속세 폐지하자’라는 글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우리는 사유재산제 아래 사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과 내 재산의 상당 부분은 이미 국가 소유다. 우리나라 최대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60%에 달한다.
상속세는 경제 왜곡에 눈을 감은 채 자산의 세대 이전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기능한다. 정의로운 세금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세상의 상식을 부정하는 부자연스러운 제도다. 우리는 상속세가 가진 본연의 목적 즉 부의 세습이 야기하는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갖가지 비효율과 부정적인 인간 행태의 왜곡을 예방하는 중간 어디쯤으로 이 제도를 이동시켜야 한다.
대통령실이 제안했듯, 세율을 지금보다 낮추고 기업승계를 가능하게 하는 자본이득세 도입이 필요하다. 자본이득세는 주식이나 부동산 상속 때 과세하지 않고 그 후대가 자산을 매각하는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런 준비를 통해 궁극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는 게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상속에 불리한 사람을 돕는 장치는 상속세와 별개로 마련해야 할 국가 책무다.
부유층이나 재벌 편에서 상속세를 개편하자는 게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상속세가 가진 건강한 취지 그리고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부작용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논의에 나서야 하며, 합리적 결론은 상속세에 대한 솔직한 이해와 인정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다양한 계산식이 있지만 당신이 26억원을 상속하면 국가는 세율 40%를 적용한다. 26억원은 가장 최근에 있던 로또 1등 당첨금 액수다. 이 행운을 거머쥔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은 32%다. 대한민국은 평생 땀 흘려 모은 국민의 재산보다 로또 당첨금을 더 보호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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