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희석되는 의료계 투쟁…‘의료폭력’ 방식이 틀렸다 [기자수첩-정책경제]

박진석 2024. 6.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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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이 100일 넘도록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어떻게든 버텼던 환자들과 현장을 지켰던 의사들도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얘기는 벌써 귀가 아플 지경이다.

또 의료계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역시 사실상 완패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면서 집단행동의 명분도 잃어가고 있다.

특히 몇 달째 의료계가 한 뜻을 못 모으는 것도 명분이 희석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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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을 필두로 의료계 집단 휴진이 시작된 17일 광주 동구 한 대학교병원에서 한 환자가 진료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이탈이 100일 넘도록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어떻게든 버텼던 환자들과 현장을 지켰던 의사들도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얘기는 벌써 귀가 아플 지경이다.

지난 17일부터 서울 의대 산하 병원 4곳의 교수들이 휴진에 들어간 나흘째다. 병원 측은 일부 진료가 축소돼도 완전히 문을 닫은 진료 과목은 없다고 하나 현장에서 종종 검사 일정 등이 밀리는 등 진료 차질은 현실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도 18일 집단휴진을 강행하고 대규모 집회를 연 것에 이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고 한다. 환자 곁에서 아예 멀어지겠다는 소리다.

이들이 이처럼 의료 현장을 떠나 집단휴진을 하는 이유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해서다.

정부는 의대증원을 통해 시장에 충분한 인력을 공급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과 필수 분야에 대한 지원이 집중되도록 의료체계 전반의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대증원과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방안을 함께 추진하는 의료개혁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의사단체는 의료 질 저하, 의료 공급 과잉, 지역 의료 불균형 심화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어떤 집단이든 단체든 본인들의 이익을 지킬 수 있고 추구할 수도 있다.

집단행동도 가능하다. 다만 거기에는 대다수의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명확한 명분과 함께 근거도 있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든 행동은 합법적인 테두리를 지켜야 한다.

지금의 의료계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명분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그 불법행동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잡는 행위라서 더 말할 것도 없다. 새로 꾸려진 지금의 의협보다 과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시절이 오히려 명분과 근거를 지켜가면서 싸웠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니까 말이다.

또 의료계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역시 사실상 완패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면서 집단행동의 명분도 잃어가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들의 집행정지 신청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기 때문이다.

앞서 의대교수 단체는 의대증원 집행정지를 결정하는 대법원의 재항고심 결정과 관련 불리한 결정이 나오더라도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몇 달째 의료계가 한 뜻을 못 모으는 것도 명분이 희석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의협 회장의 막말·인신공격으로 인해 의료계 내분은 날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의협이 의료계의 구심점을 자처하고 나섰지만 전공의 대표가 이를 거부했고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에서도 의협 해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휴진 병원에 대한 불매운동마저 거론되는 상황에 의협이 거론한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발언을 두고서도 의사 사회 내부에서 “처음 듣는 얘기”라며 당황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의료계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대정부 투쟁의 단일대오에 금이 가고 있다.

파업, 사직, 휴진 등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본인들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방식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잡는 ‘의료폭력’ 수준이라면 협상의 방법은 틀렸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을 허용했으니 복귀할 전공의와 아닌 전공의는 본인들이 갈 길을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의료현장을 떠난 나머지 의사들은 하루라도 빨리 휴진을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선망의 대상이자 우리가 존경했던 의사 선생님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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