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악하다" 이철규 때리기…친윤은 강 건너 불구경 왜 [who&why]

김기정 2024. 6.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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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 또 큰 싸움이 벌어졌다. 중심에 선 인물은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이다. 총선 공천 당시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두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갈등을 빚었고, 지난달엔 원내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배현진 의원과 공개 설전을 벌였던 그다. 이번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견제’의 선봉에 섰다가 한 전 위원장 측의 거센 반격에 직면했다.

2월 5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발단은 이렇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시사평론가 고성국씨가 진행하는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일각의 이른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주장에 대해 “당원을 모욕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원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들, 공감하기 어려운 분들이 특정 후보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며 한 전 위원장 주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했다.

이 의원이 근거로 든 건 모 경제지의 지난 14일 밤 보도였다. ‘한 전 위원장이 김경율 전 비대위원, 진중권 광운대 교수, 신지호 전 의원 등 외부 자문그룹으로부터 조언을 받는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한 위원장 주변의 주요 세력이 좌파 출신이란 점을 거론하며 “우리 당원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들”이라며 정체성 논란을 제기한 것이다. 보도엔 ‘한 전 위원장 장인이 캠프 구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 전 위원장 측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오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해당 기사는 곧 삭제됐다.

이 의원의 도발에 친한계는 역공에 나섰다. 17일 이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직후 신지호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사상 시비를 거는 것은 참 없어 보이는 행위”라며 “김경율 전 비대위원 영입 작업을 했던 사람은 이 의원 아니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의원도 다음 날인 18일 “김경율 회계사는 한동훈 위원장과의 인연으로 비대위에 합류한 분”이라며 “무책임한 주장을 계속할 경우 부득이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2월 5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그러자 당사자가 나섰다. 김 전 비대위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년 11월 이철규 의원이 위원장인 인재영입위원회에서 ‘인재영입위원’ 제안이 왔다”며 “어디서 색깔론을”이라고 적었다.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없는 사실을 만들고 키워가는 것이 외려 해당 행위 아니냐”고 이 의원을 비판했다. 앞서 진중권 교수는 전날(18일) 페이스북에 “정치권에서 여러 문제 인물을 봤지만 ‘이 사람은 정말 사악하다’는 느낌을 주는 인물은 흔치 않다”며 이 의원을 겨눴다.

이처럼 친한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정체성 공격이 한 전 위원장에게 뼈아팠다는 방증”(영남 중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지지층 일각에선 검찰 재직 당시 보수 진영을 헤집어놨던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있는데, 이를 이 의원이 정체성을 고리로 자극했다는 것이다.

친한계의 집단 반발엔 이 의원과 얽힌 악감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의원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그립을 잡았던 이 의원과 수시로 신경전을 벌였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한 전 위원장과 비례대표 공천 문제를 두고 직접 충돌했던 당사자다.

2021년 6월 29일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앞두고 권성동, 정진석, 이종배, 유상범, 김성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건물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의원 공세에 앞장서고 있는 신지호 전 의원 역시 지난 총선 공천 때 이 의원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았던 대표적 인사다.
이 의원이 한 전 위원장 측 인사들의 집단 표적이 되고 있지만 친윤계는 이 의원을 옹호하기보다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형국이다. 조정훈 의원이 “‘어대한’은 해당 행위”라며 거드는 정도다. 이에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친윤계가 분화돼 응집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나경원 불출마'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던 재선 의원은 “괜히 싸움에 참전했다가 다시 친윤 딱지가 붙는 건 부담”이라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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