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경북도의 ‘저출생과 전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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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에는 이름이 아주 특이한 부서가 있다.
바로 '저출생과 전쟁본부'다.
지난 2월 20일에는 이철우 지사 주재로 1000여명이 모여 '저출생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정부는 경북도청의 '저출생과 전쟁본부'와 같이 결의를 가지고 이번 문제에 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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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에는 이름이 아주 특이한 부서가 있다. 바로 ‘저출생과 전쟁본부’다. 처음 데스킹할 때 해당 기자가 잘못 쓴 것 아닐까 하고 살펴봤는데 엄연히 이런 부서가 있었다. 오직 ‘저출생’이라는 과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곳이다. 본부장 밑에 4개 과, 56명이 근무할 정도로 매머드급 부서다.
이렇듯 경북도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월 20일에는 이철우 지사 주재로 1000여명이 모여 ‘저출생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선포식에선 완전돌봄, 안심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등 4개 분야에 걸쳐 35개 실행 과제를 제시하고, 초단기·단기·중기·장기 등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당시 도청에선 저출생 문제 해법을 놓고 전 직원 끝장 토론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현재 경북도는 ‘아빠 출산휴가 한 달 모델’을 선도적으로 도입했고, 아이 동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다자녀 가정 공무원 인사 우대도 검토 중이다. 초등학생 엄마 직원을 10시에 출근시키는 중소기업에 장려금을 주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최초로 ‘일자리 편의점’ 운영도 시작했다. 일과 돌봄 병행을 희망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공공기관과 기업 등에서 최소 1일에서 최대 3개월의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본 지자체 출산율 1위인 오카야마현 나기초(2019년 기준 합계출산율 2.95명)의 일자리 편의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지난해 출생아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한 충북도는 올해 저출생 대책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국 최초로 신혼부부가 1000만원을 대출받을 경우 2년간 이자를 지원하는 결혼 비용 대출이자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내년 분양을 목표로 도 소유 부지를 이용해 청년 신혼부부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기로 했다.
출산장려금 정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충북 제천시는 첫째 1000만원, 둘째 1600만원, 셋째 이상은 4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돈 대신 주택자금으로 받을 경우 셋째 이상을 낳으면 현금보다 많은 최대 48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각 광역 지자체에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저출생 해소를 위한 사실상의 ‘전쟁’에 돌입했다. 한국의 저출생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지난해 0.72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은 올해 0.6명대로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합계출산율이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것이니 부부 한 쌍이 아이 한 명을 낳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몇 세대가 지나면 대한민국 인구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특히 주거·교통·교육 인프라가 좋은 수도권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면서 지방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한 지역 공무원은 인구 감소에 대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그렇기에 각 지역에선 사활을 걸고 저출생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도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임기 내 출생률을 반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와 저출생수석실을 신설하고, 특별회계 및 예산 사전심의제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육아휴직급여 인상, 단기 육아휴직 도입, 신규 출산가구 특별공급 기회 추가 1회 허용 등 여러 대책도 내놨다. 정부는 경북도청의 ‘저출생과 전쟁본부’와 같이 결의를 가지고 이번 문제에 임했으면 한다. 또 이전처럼 무턱대고 돈만 투입하지 말고 지방의 좋은 모델을 잘 참고해 국가적인 재난을 막았으면 한다.
모규엽 사회2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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