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구치 하루미의 마켓 나우] 금리인상에도 경제위축 가능성 낮은 일본
일본은행(BOJ)은 3월에 역사적인 금융정책 정상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BOJ의 추가 금리 인상이 느리지만 꾸준히 실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 정책금리 인상(0.25%)은 금년 10월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2025년과 2026년 각각 한 차례씩 추가 인상하여 금리가 0.75%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은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된다. 일본의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BOJ는 2027년 1분기까지로 설정된 전망기간의 후반기에 일본의 기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예상은 ‘산출 갭’(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이 개선되고 임금과 물가 간의 선순환이 더욱 강화되면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전망기간 말까지 정책 금리가 ‘중립금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일본 경제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일본의 ‘중립금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일본 중앙은행은 25년 넘게 정책금리를 0% 수준 또는 마이너스 금리로 유지했다. 2007년 2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예외적으로 0.5%로 인상한 적이 있을 뿐이다. 중립금리는 경제활동을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수준의 ‘자연금리’를 의미한다. 이 자연금리는 완전고용과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생산이 잠재성장 속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에다 총재는 사용되는 모델에 따라 현재 추정할 수 있는 중립금리의 범위가 넓다고 언급했다. BOJ는 시장금리 상승이 은행수익·가계부문·기업금융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들은 또한 금리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금리 상승은 수익률 곡선(만기별 채권 수익률을 나타내는 곡선)의 변화로 인한 채권 포트폴리오 손실 가능성, 금리 전가율(시중금리 변동이 대출금리와 수신금리에 반영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저하로 인한 은행 수익 감소, 대출과 예금 시장의 경쟁 심화로 인한 마진 압박, 고객 만족도 저하 등의 불확실성과 관련된 위험을 야기한다.
금리 인상으로 예상보다 더 큰 이자 부담이 발생하면 수익성과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의 파산이 늘어나고 경제 활동이 악화할 수 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지면 비용 상승과 지가 상승의 영향을 받는 주거 투자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충분한 임금 인상 없이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 민간 소비도 약화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BOJ의 향후 통화정책 기조는 경제·금융 환경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구치 하루미 S&P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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