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묵의 과학 산책] 귀 기울여 듣는 자동차 소음
항시 들리는 도시의 자동차 소리는 음악의 통주저음 같다. 길에서뿐 아니라 방 안에서도 차 소리가 쉬이 들리는 집도 많을 것이다. 소음 공해지만 분석하면 재미도 있고 고요함의 가치도 새삼 느낄 수 있다. 차 소리는 복합적인데, 그 성분 중 바퀴와 배기통 소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악기로 따지면 타악기와 관악기다. 배기통이 없는 전기차에서도 바퀴 소리는 여전히 난다. 바퀴 반경을 25㎝로 잡고 시속 60㎞로 달린다 치면 바퀴의 회전 속도는 67㎐가 된다. 피아노의 가장 낮은 건반보다 한 옥타브 위 정도인 저음 영역이다. 실제 소음은 울퉁불퉁한 노면과 굴곡진 타이어의 고무가 닿았다 떨어질 때 나오는 진동과 불규칙한 접촉면의 작은 틈바구니에서 급속도로 압축되었다 팽창하는 공기에 기인한다. 손뼉을 치거나 손가락을 접을 때 관절 안에서 생성되는 기포에서 파열음이 나는 격이다. 연구를 통하여 타이어나 노면 소음을 줄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차가 다니는 방향으로 작은 홈들이 나란히 파여 있는 도로에서는 바퀴에 눌리는 공기가 홈 사이로 새어나갈 수 있어 파열음이 줄어든다.
틈바구니들은 소음을 만들기도 하지만 소멸시키기도 한다. 도로 옆이나 공연장의 방음벽에 뚫린 작은 구멍들은 그 속에 음파가 들어가 진동하며 에너지를 잃게 한다. 비슷하게 책도 흡음재다. 책 종이 한장 한장뿐 아니라 빼곡히 꽂힌 책과 책 사이가 소리를 가두어 소멸시키는 틈바구니 역할을 한다.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면 소리가 먹혀드는 데다 즐비하게 꽂혀있는 책들의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독특한 책 냄새까지 더하여 안정감과 들뜬 호기심이 동시에 생긴다. 산림욕처럼 도서관욕 내지 책방욕의 힐링이다. 이에 책을 펼쳐 보는 것은 산림욕 가서 도시락을 맛있게 먹는 것 같다. 도서관욕의 힐링 효과를 높인다는 면에서 자동차의 소음도 쓸모 있나 보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A&M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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